이스라엘 극우 연정, ‘눈가리고 아웅’ 사법개편 수정안 내밀었으나 민심 ‘싸늘’
‘사법부 무력화’란 비판에도 사법개편안을 밀어붙여 온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20일(현지시간) 일부 물러선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야당과 시민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하레츠 등이 보도했다.
이번에 집권 연정이 내민 조정안은 법관 임명에 관한 것으로, 정부와 여당이 새 법관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다소 줄이고 야당의 임명권을 늘리는 내용이다. 기존 안은 내각 장관 3인, 연정 의원 2인, 정부가 추천한 공인 2명으로 법관추천위원회를 구성해 4표 이상 얻을 경우 통과하도록 했다. 조정안은 내각 장관 3인, 연정 의원 3인, 판사 3인과 야당 2인으로 위원회 구성을 늘렸다. 또한 의회 회기 내 지명할 수 있는 대법관을 최대 2인까지로 제한했다. 그 이상 지명해야 할 경우 위원회 내 판사 1명과 야당 의원 1명 이상의 동의를 포함한 다수결을 얻도록 했다.
지난 주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이 제안한 타협안을 단칼에 거부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한발 물러선 것은 지난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사법개편안에 대한 타협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한데 따른 것이다. 집권 연정이 자체적으로 정한 시한인 의회 회기 종료(4월 2일)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제안이 “진정으로 국가 통합을 위하고 합의에 도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제시한 조정안도 법관 임명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야당은 이 수정안이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청사진”이라고 밝혔다. 시위대 역시 성명을 내고 “이것은 완화가 아니라 이스라엘 시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선전포고다. 이 법안은 이스라엘을 독재로 바꾸는 첫 장”이라고 지적했다.
하레츠는 “이 함정에 빠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재판관 임명을 통제하는 것이 처음부터 계획의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위를 약화시킨 다음 다른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는 목적으로, 국민을 달래려는 시도라는 의혹이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집권 연정 내부에서도 사법개편안에 대한 우려가 직접적으로 표출됐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법개편이 대중의 동의 없이 현재 안대로 추진될 경우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정 내에서 사법개혁과 관련해 사임 의사를 언급한 건 갈란트 장관이 처음이다. 그는 이스라엘 예비역과 현역 군인들이 복무를 거부하는 등 사법개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 또한 이러한 갈란트 장관의 경고를 연정에 전달했다. 이를 통해 우익 세력에는 일부 법안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한편, 야당에는 자신의 제안이 진정성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하레츠는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던진 수정안을 논의할 기한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극우 연정은 4월2일 이전까지 법관 임명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통상 의회가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한은 그보다 빠르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사법개편의 다른 법안들은 4월말 시작되는 새 회기에서 다룰 예정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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