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커지는 시장에 가장 큰 복병은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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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 여행을 다녀왔다. 지인과 숙박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던 중 “호텔로 했어? 에어비앤비로 했어?”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 대화는 우리에게 요새 익숙하게 들린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어느 호텔에서 묵었어?”라고 물었을 것이다. 그만큼 에어비앤비는 우리 삶 속에 꽤 깊이 스며들었다.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를 대변하는 숙박 공유 플랫폼이다. 이 아이디어는 과거에 전혀 없던 개념이 아니다. 임대차계약서의 ‘전대’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에게 퍽 익숙한 개념이다. 간단히 실생활의 예를 들어보자. 서울로 온 대학생이 자취방을 방학 기간 비우게 됐다. 이 학생은 집주인의 사전 동의만 있다면 자취방을 다시 대여해줄 수 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종종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개인 사이의 수요를 모아 자기네 플랫폼에 올렸다. 이미 있던 개념을 ‘사업화’한 셈이다.
에어비앤비의 아이디어는 금세 기존 호텔업을 위협할 만큼 성공했다. 설립 15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이지만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상장 뒤 3년 남짓 기간에는 부침도 많았다. 100조원의 시가총액은 최고점과 대비하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최고점에 산 투자자는 에어비앤비의 비전에 너무 몰입했던 것일까? 에어비앤비의 명암을 살펴보며 그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100조, 반토막 난 시가총액
에어비앤비의 수익 창출은 단순하다. 플랫폼에서 예약한 숙박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2022년 3분기 누적 수수료는 65억달러(약 8조원)로, 2021년 전체 수수료인 65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조금 더 고무적인 것은 현금흐름이다. 그간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최근 3년간 지속해서 양의 현금흐름을 보였다. 영업에서의 현금유입은 좋지 않았으나, 채권 발행 등을 통한 현금유입으로 이를 상쇄했다. 부채비율은 잘 관리되고 있다. 일정 수준의 부채비율은 성장하는 사업의 특성상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시장의 성장성도 나쁘지 않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여행업 넥스트 레벨’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온라인 여행예약 플랫폼의 시장 규모는 약 1천조원이다. 2020년의 두 배에 육박한다.
에어비앤비의 직접적인 경쟁자는 메리어트·힐튼 같은 호텔 체인, 부킹닷컴·익스피디아 같은 호텔 숙박 중개 플랫폼이다. 2010년 초반 부킹닷컴은 지금의 에어비앤비와 같은 위치였다. 여행 수요 증가와 정보기술(IT) 향상의 혜택을 한껏 누렸다. 부킹홀딩스(부킹닷컴)의 매출은 해마다 20% 이상 늘었고 주가도 고속성장을 했다.
그러나 최근 성장률은 다소 하락하는 추세다. 에어비앤비의 등장과 호텔 체인들의 자체 웹사이트 예약 유도 마케팅이 이유일 것이다. 그간 소극적 참여자이던 구글의 여행업 진출에 따른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그 결과 부킹닷컴의 성장률은 매년 10% 정도씩 줄었다. 성장률은 시가총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부킹홀딩스의 매출이 에어비앤비의 2배가량 되는데도 시가총액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시장에서는 에어비앤비의 성장성에 더 높은 가치를 준다는 말이다.
메리어트를 포함한 호텔 체인들은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변수를 배제하면 최근 몇 년간 전세계적인 여행 수요 증가로 여행업 시장이 계속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파이는 커졌지만 나눠 먹는 경쟁자가 많아졌다. 에어비앤비나 중개 플랫폼과 파이를 나누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호텔 체인 중 1위인 메리어트의 시가총액은 부킹홀딩스(부킹닷컴)의 반절, 에어비앤비의 70% 수준이다.
가장 큰 위협은 각국 규제
에어비앤비의 잠재적 경쟁자이자 큰 복병은 각국 정부의 규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각국 정부는 에어비앤비가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 법안을 제정했거나 마련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주요 숙소는 시민들이 사는 공간 안에 있다. 에어비앤비가 성공할수록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는 공간의 임대료는 치솟는다. 이는 그곳에 사는 시민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주거지역에서 관광객 증가는 분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이에 에어비앤비를 허용하는 국가도 엄격한 기준 아래 에어비앤비 사업을 승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공유 숙박을 외국인 대상으로 한정한다. 그러나 주요 고객은 내국인이라고 한다.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대부분이 법 바깥에서 생긴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에어비앤비의 사업이 점점 더 각국의 국민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커진다면 점점 더 많은 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모토는 ‘사람과 공간의 연결’이다. 그러나 그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연결로 불편을 겪는다면 이는 에어비앤비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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