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 풍경 ①
“오늘부터 지하철에서 마스크 안 써도 된다며. 마스크 안 쓴 사람 많았어?”
3월 20일 오전, 3호선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는 나와 마주치자마자 기숙사에 사는 동기가 물었다. 20일부터 대중교통 및 마트 내 개방형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었다는 소식에 인터넷 뉴스의 댓글 작성란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들썩였다.
의료기관이나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것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잠식한 지 무려 2년 5개월 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미 지난 1월부터 학교와 마트, 극장, 그리고 헬스장 등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국민 자율에 맡긴 상황이다.
그렇지만 길을 걷다 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강의실에서도 교수님들은 명확한 소리 전달을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방역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겼음에도 국민이 실내 마스크를 꾸준히 착용하고 다닌다는 점을 고려해서 마스크 착용 의무로 지정되어 있던 일부 시설 내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추가 조정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중교통 수단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물론 출퇴근 시간 등 대중교통 이용객이 많은 시간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니 개인 방역은 여전히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약국에서의 착용 의무 역시 변했다. 기존에는 마트에서 쇼핑할 때는 마스크를 벗더라도, 마트에 있는 개방형 약국을 이용할 때는 마스크를 꼭 써야 했다. 20일부터는 다르다. 이제는 개방형 약국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일반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의무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니 약국에 방문할 거라면 예비용 마스크 한 장은 가방에 넣어 다니는 게 좋겠다.
그렇다면 오늘(20일), 지하철 풍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많으리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놀랍게도 마스크 착용 의무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은 한 칸에 대략 네다섯 명 정도에 불과했으며, 승객 대부분이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의무화가 풀렸음에도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지 몇몇 승객들에게 물어보았다. A씨는 “여전히 감염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불안해서 쓰고 있다”라고 하였고, B씨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봄철 미세먼지랑 초미세먼지가 너무 심각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지하철로 통학하는 동기는 코로나19 대유행 시절에 KF-94 마스크를 잔뜩 챙겨놓았다. 그는 집에 쌓여 있는 마스크를 다 쓰기 전까지는 매일 끼고 다닐 거라며, 덕분에 꽃샘추위에도 감기에 안 걸리고 잘 넘기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렇듯 이번 의무 조정은 실내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자율적인 실내 마스크 착용률이 높았고, 개인 방역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일으킨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KF-94 마스크를 착용했다. 아침 하늘에 자욱했던 심각한 미세먼지 때문에 일단 지하철역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갈 생각이었다.
10시에 시작하는 2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8시에 지하철을 탔는데, 마지막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들로 지하철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마스크를 벗기에는 불안했다. 앞 사람의 배낭에 얼굴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붙어서 가고 있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라는 말은 잊힌 지 오래였다. 나를 비롯한 몇몇 승객들이 마스크를 매만지며 코 부분을 더 깊이 눌렀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은 승객들도 있었다. 그들은 각자 손목이나 귀 한쪽에 마스크 줄을 걸어두고 맨얼굴을 드러낸 채였다. C씨는 “그동안 꽉 막힌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려니까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매일 출근한다고 화장도 하는데 마스크에 화장품이 묻을까 신경도 쓰였다”라며 이번 마스크 해제 소식을 반겼다. C씨는 그래도 혹시 몰라 마스크를 챙겨 나오기는 했다며 KF-94 마스크가 들어 있는 지퍼백을 보여주었다.
3년 간 우리를 괴롭게 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디어 엔데믹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서서히 해제되는 것도 그러한 분위기를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강요에 따라 마스크를 쓰거나 벗는 게 아닌, 각자의 이유에 따라 자발적인 마음으로 방역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남녀노소, 사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고난을 버텨냈던 긴 시간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아직 재난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개인 방역수칙을 잘 지켜, 무사히 엔데믹에 이르길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지민 hanrosa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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