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러시아 “한 참호”···우크라·한반도 군사행동 두둔

박광연 기자 2023. 3. 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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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러시아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연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최근 한반도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적 군사행동을 지지한다며 “한 전호(참호)에 서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 1월 “한 전호” 표현을 쓰며 러시아를 지지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본격 대치하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의 연대가 밀접해지는 양상이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지난 17일 ‘북·러 경제적 및 문화적 협조에 관한 협정’ 체결 74주년을 맞아 열린 연회에서 북한의 대미 ‘강 대 강’ 대립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마체고라 대사는 “로씨야(러시아)는 대규모 군사연습에 광분하고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 전략공격 무기들을 끌어들이며 대립적 수사를 일삼는 등 침략적인 행동들에 매여달리면서 지역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도발 행위를 반대해나설 데 대한 평양의 호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그러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그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부득불 정당한 대응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며 “미국의 강요 정책으로부터 벗어난 새롭고 공정한 세계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투쟁에서 로씨야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한 전호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최근 한·미 대규모 연합훈련(‘자유의 방패’)을 빌미 삼아 잇따라 전개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등 도발적 군사행동을 러시아가 적극 옹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도 중국과 함께 북한의 지난 16일 ICBM 발사를 두둔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앞서 북한도 “한 전호”라는 강력한 연대 표현을 써가며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월 담화에서 “우리는 국가의 존엄과 명예,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 로씨야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에 서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공식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국제문제평론가 김유철 명의로 올린 글에서 “로씨야를 진정한 대화 상대자로, 공존해야 할 동반자로 보지 않고 끊임없는 군사적 위협과 압박 정책에 매여달려온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이 부득불 로씨야로 하여금 자국에 가해지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선제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도록 떠밀었다”고 우크라이나 침략을 옹호했다.

각각 한반도와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강 대 강’으로 맞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연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은 현재 국제정세가 ‘신냉전’ ‘다극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며 한·미·일에 맞서는 북·중·러 공조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북한은 중·러와 고위급 축전 및 중·러 입장에 대한 지지를 통해 밀착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심의 권위주의 통치가 강화되고 서방과 관계를 단절하는 등 전쟁을 계기로 체제가 ‘북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부터 2박3일간 러시아를 국빈방문하는 등 중·러 밀착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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