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돌아온 무라카미의 끝내기, 일본 WBC 결승행
삼진만 세 차례, 더이상 내려갈 곳 없는 곳까지 추락했던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기적 같은 끝내기 2루타로 일본을 구했다. 구겨졌던 자존심을 단숨에 회복한 무라카미의 한방으로 일본이 멕시코를 꺾고 14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이 결승에서 미국을 꺾으면 대회 3번째 우승을 차지한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4강 멕시코전에서 6-5로 이겼다. 4-5로 뒤진채 9회말을 맞았지만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일본의 9회말 포문은 오타니 쇼헤이가 열었다. 멕시코 최고 구원투수 지오바니 가예고스를 상대로 선두타자로 나와 초구 빠지는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중간을 갈랐다. 헬멧까지 집어던지며 내달린 오타니가 2루 베이스를 밟고 포효했다. 3만5000 관중으로 가득찬 론디포파크가 끓어올르기 시작했다.
오타니에 이어 요시다 마사타카까지 볼넷 출루하며 만들어진 무사 1, 2루 찬스. 무라카미가 타석에 들어섰다. 무라카미는 대회 내내 극도의 부진으로 4번 자리까지 요시다에게 내줬다. 이날 경기도 첫 세타석에서 모조리 삼진을 당했고, 네번째 타석에서도 3루 뜬공으로 물러났다. 무라카미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
가예고스의 3구째, 끔찍한 실투가 나왔다. 시속 151㎞ 직구가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무라카미가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시속 178㎞로 날아간 타구가 좌중간 담장을 그대로 때렸다. 2루에 있던 오타니가 양팔을 펼치고 환호하며 홈으로 들어왔다. 대주자로 1루에 나간 일본 대표 최고의 준족 슈토 우쿄까지 홈으로 파고들었다. 한때 패배 확률 90.2%까지 내몰렸던 일본의 극적인 승리가 확정됐다.
일본은 이날 경기 내내 고전했다. 좌타 일색 타선은 멕시코 선발로 나온 ‘좌타 킬러’ 패트릭 산도발에게 4회까지 꽁꽁 틀어막혔다. 2번째 투수로 나온 호세 우르퀴디를 상대로 5회와 6회 연속 만루찬스를 냈지만 1점을 내지 못했다.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는 포크볼 실투 하나로 멕시코 루이스 우리아스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다. 7회말 요시다가 동점 3점 홈런을 쳤지만, 바로 다음 이닝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무너지며 다시 2점을 내줬다. 동점 홈런의 환호가 절망으로 바뀌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를 오타니가 다시 살렸고, 지난해 56홈런으로 일본인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무라카미가 경기를 끝냈다. 2006년과 2009년, WBC를 연거푸 제패한 일본이 마지막 순간에 저력을 발휘했다.
일본은 22일 ‘디펜딩 챔피언’ 미국과 결승전을 치른다. 일본과 미국은 도미니카공화국과 함께 대회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양국은 지난 4차례 WBC에서 3번 맞붙었다. 미국이 2승1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선다. 2009년 WBC 준결승전에서 일본이 미국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 대회는 반대로 미국이 일본을 누르고 결승에 올라 우승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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