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인용한 英 처칠 발언 언제, 왜 나왔나

김태훈 2023. 3. 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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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하며 인용한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지금은 독일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 과거사를 들추는 것은 괜히 영국 사회의 분열만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처칠을 향한 윤 대통령의 흠모는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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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발발 후 불거진 '유화정책' 책임론
"독일과의 평화협상 매달린 이들 단죄해야"
처칠 단호히 반대…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하며 인용한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처칠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히며 처칠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당선인 시절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왼쪽)에게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저서 ‘처칠 팩터’ 한국어판을 선물받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 모습. 가운데는 영국 정부가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로 보낸 아만다 밀링 외교부 아시아·중동 담당 차관. 크룩스 대사 SNS 캡처
이날 윤 대통령이 인용한 처칠의 발언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초반인 19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은 전쟁 발발 이전 네빌 체임벌린 총리 집권기에 나치 독일을 상대로 ‘유화정책’을 폈다. 독일과의 전면전은 영국 경제를 파멸로 이끌 것이란 전제 아래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추구하자는 정책이었다. 1938년 히틀러가 이웃나라 체코에 영토 일부의 할양을 요구하며 전쟁 위기가 고조됐을 때 영국의 유화정책은 정점에 달했다. 체코를 도와 독일을 물리치기는커녕 영국 주도로 독일·이탈리아·프랑스·영국 등 유럽의 4대 강국 정상들이 독일 뮌헨에 모여 회의를 열고 ‘체코가 독일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 사태를 끝내자’는 타협안을 도출했다.

당시 영국 집권당 보수당 내 비주류에 불과했던 처칠은 뮌헨회의 결과, 그리고 협상을 이끈 체임벌린을 맹비난했다.

나치 독일이 체코를 집어삼키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1939년 폴란드까지 침공하자 결국 유화정책은 파국을 맞는다.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며 2차대전이 본격화했고, 체임벌린을 향해 ‘엉터리 유화정책으로 독일의 야심만 더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40년 5월 들어 전세는 점점 독일에 유리해졌다. 영국군이 수세에 몰린 사이 나치 독일은 폴란드에 이어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까지 수중에 넣었다. 급기야 영국 의회에선 ‘유화정책의 책임자인 체임벌린을 총리직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결국 체임벌린이 낙마하고 그간 유화정책의 반대편에서 나치 독일과 히틀러를 상대로 강경론을 펼쳐 온 처칠이 새 총리에 오른다.
제2차 세계대전을 영국의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총리 교체 후 영국 정가에선 ‘유화정책 단죄론’이 불거졌다. 독일과의 전쟁 준비보다 평화협상에 더 매달린 책임을 물어 체임벌린은 물론 그의 내각 각료들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처칠은 단호히 반대했다. 지금은 독일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 과거사를 들추는 것은 괜히 영국 사회의 분열만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때 처칠이 의회에서 한 말이 바로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처칠처럼 국민만 보고 정치할 생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처칠을 롤모델로 여긴다는 얘기다. 당시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처칠은 원칙과 신념, 그리고 대국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도자”라는 말로 윤 대통령이 왜 그토록 처칠을 존경하는지 설명한 바 있다.

처칠을 향한 윤 대통령의 흠모는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아직 당선인 신분이던 시절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영국 정부 특사 편에 자신의 저서 ‘처칠 팩터’(The Churchill Factor)를 보냈다. 특사와 접견한 자리에서 책을 받아든 윤 대통령은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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