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도 커지는 한일정상회담 비판 "한심해, 어이가 없다"
여당 내에서도 방일 외교 결과와 태도에 비판 목소리
유승민 피해자가 가해자 마음 열었다니 한심
김웅 '식민지 콤플렉스' 정진석에 "나치 학살 얘기하면 유대인 콤플렉스냐"
천하람 "외교 메시지 우리 국민 동의 받고 내나"
신인규 "저자세 외교로는 비싼 청구서 지불 염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 비판 여론에도 '일본의 마음을 열었다',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반일을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측 분위기와 달리 여권 내에서도 혹독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김웅 의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신인규 변호사 등이 이번 한일정상회담과 그 성과를 자축하는 모습을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실이 방일 외교를 두고 '일본인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한 점을 들어 “한심해서 한마디 한다”며 “과거사에서 일본이 가해자, 우리가 피해자였다는 역사의 진실은 변할 수 없다. 피해자가 왜 가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유 전 의원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학교폭력도 이치가 그러한데 한일 역사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일본은 강제징용, 강제노동의 '강제성' 조차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상황을 피해자가 가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상황으로 전도시켜 놓고 이것을 외교적 성공이라 자랑하니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대한민국이 허구한 날 일본의 사과와 배상에 매달리는 것에 찬성하지 않고, 2018년의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과 상충되는 문제도 알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가 잘못된 것도 맞는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역사의 진실마저 부정하려는 일본에게 저자세를 취할 이유는 없다”고 썼다. 그는 독도, 위안부, 강제징용,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등 주권과 역사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단호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그게 순국선열의 혼에 부끄럽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닥치고 반일'도 안되지만, 역사를 부정하는 친일도 안 된다”고 밝혔다.
김웅 의원은 같은 당의 정진석 의원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발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고 말한 대목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서 “그럼 나치의 인종학살에 대해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야기하는 것은 유대인 콤플렉스인가”라며 “독일은 유대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아직도 반성하고 있는 데 비해 일본의 사과란 것은 고작 '통석의 념'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일본이) 식민지 지배나 전쟁 책임을 두둔하는 자들이 버젓이 행세하고 있다”며 “'그래 그건 내가 잘못했다고 치고'라는 식의 사과에 화해의 마음을 가질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그것이 식민지 지배 콤플렉스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국민의힘이 518 묘지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반성한다고 해도 518 폄훼발언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냥 넘어가면 누구도 우리 당이 제대로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것도 5.18 콤플렉스라고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새로운 지도부는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외교 당국이라고 하는 곳이 물밑에서 많은 노력과 또 성과를 얻기 위한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중장기적으로 어떤 성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기대한다”면서도 “외교가 다음 정부에도 방향성이 바뀌지 않으려면 국민들의 동감을 얻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은 “(이번) 외교적인 메시지나 내용들이 우리 국민들의 충분한 동의를 얻으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충분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외교 당국도 분명히 좀 돌아볼 부분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안이 지지율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천 위원장은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정책 이슈들이나 외교적인 어떤 내용들로 나오다 보니까 조금 지지율이 아무래도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를 맡고 있는 신인규 변호사도 21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번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며 “이번에 회담을 앞두고 우리가 명분상 포기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제동원 해법이 일본에 면책을 주는 형태로 예고가 됐으나 실리적인 면에서 그럼 뭘 얻어 왔느냐는 의문이다. 지소미아 복원이나 셔틀외교의 경우 한일 공동 이익이고, 수출 규제 해제 역시 우리도 WTO 제소를 취하해줬다는 점을 들어 신 변호사는 명분을 내주고 정치적인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일본에 손을 내밀고도 얻은 반대급부는 무엇이냐면서 “저는 좀 대답할 것이 많이 궁색하다”고 평가했다.
신 변호사는 한일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드는 방법도 국내 여론수렴과 국격, 자존심을 세우고 실리를 얻으면서 하는 것이 어려운데도 “(윤석열 정부가) 더하기 빼기 수준으로 풀고 있다. 그러니까 안 풀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역사인식 문제도 “일본에 대해서도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계속 지속적으로 언급해야 된다”며 “사과를 하고 안하고는 강제할 수가 없고, 일본이 안한다고 계속 버티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입장에서 과거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런 방식의 일본의 제국주의적인 침략에 대해서 우리는 늘 항의하고 그거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생존해 있는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가 있는 문제는 국내적 동의와 피해자들의 합의가 선행되는 것이 기본 상식이라면서 이것이 빠진 상황에서 “일본에 대해서 저자세 외교를 해서는 앞으로 역사 왜곡 문제나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나 여러 가지 수산물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에 있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더 비싼 청구서를 앞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국민들이 매우 염려스럽게 바라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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