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리스 힐튼도 했는데…“소아 성애보다 더 심각한 범죄” 논쟁 가열

박세영 기자 2023. 3. 21. 11: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伊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FdI, 대리모 통한 해외 출산 처벌 법안 발의
국가별로 법률 달라 한국은 ‘사각지대’
힐튼 호텔 상속녀 이미지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과 남편 카터 리움이 대리모를 통해 얻은 아기를 안고 있다. 패리스 힐튼 인스타그램

최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산모가 종적을 감춘 뒤 다른 여성이 “내 아이”라고 주장하는 등 ‘대리모 의혹’이 일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연예인 등이 공공연히 대리모를 통한 출산 사실을 밝히는 등 대리모 이슈가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파가 집권한 이탈리아에서 대리모를 통한 해외 출산에 대한 처벌 법안을 발의하자 국내 동성 커플 등이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페데리코 몰리코네 하원 문화위원장이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방송 ‘La7’과 인터뷰에서 돈을 주고 대리모를 구하는 행위는 “소아성애보다 더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고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인 그는 “우리는 집의 색상을 고르듯 아이를 고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 인구의 약 74%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는 2016년 서유럽에서 마지막으로 동성 간 ‘시민 결합’을 허용했다. 시민 결합으로 맺어진 동성 커플은 이성 부부와 비교해 여러 제약이 많다.

특히 동성 커플이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가져도 커플 중 한 명에게만 친권이 인정됐다.

이에 따라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가 사망하거나 부부 관계가 깨질 경우 친권을 인정받지 못한 쪽은 양육권을 잃는 등 여러 가지 법적 문제를 낳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동성 커플이 법원 소송을 통해 공동 친권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 과정에는 몇 년씩 긴 시간이 걸렸다.

북부 도시 밀라노는 이탈리아 대도시로는 유일하게 전통적인 아버지·어머니 호칭 대신 부모 1·부모 2로 명시할 수 있는 정책으로 동성 커플의 공동 친권을 인정했으나 최근 이탈리아 내무부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지난 14일 중앙 정부로부터 동성 커플의 자녀 입양 등록 업무를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제1당인 FdI는 최근 대리모 행위를 ‘보편적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비록 대리모 행위가 합법인 국가라고 할지라도 해외에서 대리모를 구하는 이탈리아인은 처벌 대상이 된다.

이탈리아애서는 대리모 행위가 불법이라서 많은 동성애 커플들은 미국 일부 주 등 합법인 국가에서 해외 출산을 시도하고 있다.

FdI 소속의 파비오 람펠리 하원 부의장은 지난 19일 “일부 동성 커플이 자신들을 부모라고 속이고 있다”며 “동성인 두 사람이 아기를 호적에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국경 밖에서 대리모 행위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로첼라 장관은 “두 명의 아버지가 모두 부모라고 말한다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대리모는 곧 어린이 시장이다. 대리모가 합법인 국가에서는 그 자체가 거대한 산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동성애자들이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인권단체와 야당은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멜로니 총리가 집권한 이후 동성애자 권리 보호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8일 밀라노에서는 정부의 동성애자 부모의 친권 제약에 항의하기 위해 수백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20년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설립된 이탈리아 게이당(Partito Gay)은 “약 20명의 어린이가 밀라노에서 입양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부당하고 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제1 야당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이번 시위에 참석해 정부가 동성애 커플 자녀를 잔인하게 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동성 부모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대리모와 관련해 미국의 경우 주마다 법률이 다르다. 캘리포니아주는 비영리는 물론 영리 목적의 대리모까지 허용하고 법률혼 관계에 있지 않은 커플에게도 대리모에 의한 출산을 허락하는 등 대리모 계약을 광범위하게 인정한다. 뉴욕주는 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은 무효로 보고,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메긴다. 비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은 효력을 인정하지만, 계약 이행을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에선 대리모가 영리든 비영리든 간에 원천적으로 불법이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게 대리모 계약의 허용 여부나 대리모로부터 출산한 자녀의 모자 관계 등을 확정하기 위한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박세영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