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성지’ 크름반도, 드론 공격 받아···우크라 “러 순항미사일 파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강제 병합 9주년을 맞아 방문한 크름(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
러시아 타스통신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0일 밤 크름반도 북부 도시 잔코이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일시 점령’한 크름반도 북부에서 발생한 폭발로 다수의 러시아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이 철도로 수송되던 중 파괴됐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명시적으로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은 러시아 흑해 함대에서 발사되도록 설계된 미사일로, 운용 거리는 육지에서 2500㎞ 이상, 해상에서 375㎞ 이상이다. BBC는 “만약 이번 폭발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확인된다면,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이래 우크라이나군이 이곳을 급습한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성명에서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의 비무장화 과정을 지속하고 크름반도가 러시아 점령으로부터 해방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혀 우크라이나의 공격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러시아 측은 이날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순항미사일이 파괴됐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임명한 잔코이 행정 수반 이호르 이빈은 타스통신에 33세 남성이 추락한 드론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고, 민간인 거주지와 학교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크름자치공화국 행정부 고문인 올렉 크라우치코프는 “(공격을 받은 곳) 인근에 군사 기지가 없다”며 “드론 공격이 민간인 지역을 목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공군 기지는 잔코이 인근에 있으며, 우크라이나 당국은 잔코이와 주변 지역이 크름반도에서 가장 큰 러시아 군사기지로 바뀌었다고 주장해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름반도를 탈환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통해 빼앗은 점령지 뿐만 아니라 크름반도까지 돌려받아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했을 당시 국경을 회복하는 것을 평화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식 시인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들어 크름반도 뿐 아니라 러시아 본토까지 드론 공격을 감행해 왔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2271748001#c2b
크름반도는 푸틴 대통령이 “성지”이자 “러시아의 정신적 통합의 중심”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러시아에 상징적인 지역이면서 전략적 중요성도 큰 곳이다. 크름반도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지이자 러시아 본토와 대교로 연결되는 이번 전쟁의 주요 보급선이기도 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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