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흉기 찔린 경찰관에...“동료 명예훼손, 좋을 것 없다”는 경찰서장
피해 입은 경찰 내부망에 입장문 올려
서장 “글 쓰려면 나와 상의하고 써라”
피해 사실 축소· 회유 정황까지 드러나
부산경찰청 “진상파악하고 개선할 것”
21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 따르면 흉기에 찔려 피해를 본 A경위는 입장문을 게시하고 부산경찰청 112종합상황실장 조 모 씨가 정리한 사실관계에 대해 반박했다.
A경위는 “제 글의 주요 논지는 팀장이 심하게 다친 부하직원을 데리고 병원에 가지 않고 알아서 치료하라고 방치했고, 서장은 이 사실에 대해 과잉대응이라 직원을 질책하고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조용히 덮으려 했다”고 적었다.
A경위는 지난 6일 오전 5시께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시끄럽다는 신고가 접수돼 20대 경찰관과 함께 출동했고 함께 피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리는 상처를 입었다.
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받고 돌아온 A경위는 직접 형사사법정보시스템 ‘킥스(KICS)’에 조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팀장과 다른 동료 경찰들이 A경위가 상처를 입은 것을 알고도 방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A경위에 따르면 경찰서장은 사건 이튿날 “피해자도 없는데 (A경위가) 과잉대응을 했다. 상습신고자인데 빨리 안 벗어나고 괜히 피의자를 자극해서 다쳤다”고 참모회의에서 말했다.
A경위가 해당 발언에 관해 묻자 경찰서장은 “차후에 비슷한 상황이 있으면 다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이라며 본인은 A경위의 피해가 작은 찰과상으로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A경위는 입장문에서 “서장실에 3월 6일, 7일 두 번이나 찾아가 제대로 처리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며 “3월 17일에는 서장님께서 보자고 하면서 ‘(외부에) 글을 쓰려면 본인과 상의를 해서 써라, 본인이 계속 글을 쓰면 직원들에 대한 명예훼손도 있다. 본인에게 좋을 것이 없다고 하셨고 상대방을 모두 용서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블라인드(직장 인증 SNS) 게시글 관련 대응팀 구성’이라는 문서도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병원에 갈 때 직장 동료는 그 누구도 없었고 같이 가자는 연락도 아무도 없었다”며 “(조서를 작성하고) 팀원보다 먼저 퇴근 한 것도 팀장이 퇴근하고 병원 가라고 지시해서 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서장님이 ‘팀장은 병원 같이 가려고 했는데, A경위가 먼저 가서 같이 병원을 못 갔다’고 해서 제가 ‘팀장은 같이 갈 생각이 없었는데 그게 중요합니까’라고 서장님에게 말하니 답을 못하시기도 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본청 차원에서 감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서장님께서는 저에게 조치해줄테니 기다리라고 하는데, 뭘 조치해줄 건지 언제까지 조치해줄 건지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A경위가 피해를 당한 것을 알고도 휴대전화를 보며 방치한 팀장은 지난 6일과 14일 자원근무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A경위는 “지난 17일에는 ‘피습 충격으로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는 지역 방송사 뉴스가 내보내졌다”며 “이것이 112실장님이 말씀하신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피해 경찰관이 치료를 잘 받고 건강히 회복해 원만히 복귀 할 수 있도록 적극지원하겠다’는 내용인지 묻고 싶다”며 반문하기도 했다.
A경위는 입장문 말미에서 “당시 함께 일한 직원에 대한 원망은 하나도 없었습니다”며 “지금도 서운한 감정은 있지만 원망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또 “제가 함께 일한 동료 모두 처벌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말 필요한 부분, 정말 잘못된 부분을 말하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20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청은 입장문에서 “여러 가지 제기되는 문제점을 부산청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피해를 입은 경찰관이 조속히 완쾌해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하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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