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커지는 인플레 우려…국채에서 회사채로 퍼지는 투심] 스위스 UBS 투자하면 연 8% 수익 ‘큰 손’ 개인 몰리는 글로벌 회사채

정현진 조선비즈 기자 2023. 3. 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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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모(57)씨는 최근 글로벌 회사채 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증권사 담당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문의했다.

김씨의 담당 PB는 “안전하지만 이자율 낮은 국채는 이미 투자하고 있으니, 다소 신용 위험은 있으나 이자율 높은 회사채를 함께 담는 것이 좋겠다”라며 김씨에게 연간 수익률이 8%가 넘는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영구채를 추천했다. 김씨는 “후순위여서 조금은 위험할 수 있다고 들었으나 이런 고금리 시대에 낮은 은행 이자로 만족할 수 없었다”면서 “당분간은 인플레이션이 안 꺾인다고 하니 점점 회사채 비중을 높여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회사채 ETF 주목

‘큰손’ 개인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글로벌 회사채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불거지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긴 하지만(채권 가격 하락), 그래도 현재 가격대 또한 비교적 고금리인 만큼 수익률이 만족스럽다는 판단에서다. 금액으로 따지면 미미하나 미국 국채에서 유럽 등 글로벌 회사채로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증권사 PB들의 전언이다.

직접 채권을 매매하지 않고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 투자도 가능하다.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기 어렵거나 채권 투자를 이제 막 시작한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채권 ETF란 국채·회사채 등 채권 종류, 발행 회사 신용등급, 만기, 이자율 등이 각기 다른 다양한 채권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펀드를 말한다. 일반 주식처럼 장내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비교적 쉽고 간편하게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서학개미(해외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2월 ‘ISHARES IBOXX USD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상장지수펀드(ETF)’를 1억9481만달러(약 25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ETF는 미국 중장기 투자 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ETF다. 서학개미들은 또 ‘ISHARES IBOXX USD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도 8138만달러(약 1055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상품은 미국 투기 등급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거래량이 많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가장 쉽게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방법인 국내 상장 ETF도 순매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ARIRANG 미국장기우량회사채 ETF’를 2억3812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만기 15년 이상의 미국 장기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ETF로 UPS, JP모건, 버크셔해서웨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회사채를 포함하고 있다. 같은 기간 ‘KBSTAR 미국단기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 ETF’는 약 5200만원어치 순매수됐다. 이 상품은 미국 달러 표시 회사채 중 투자 등급 이상에 투자하는 채권형 ETF다.

미국 회사채 투자 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국포스증권에 따르면, ‘삼성 미국투자적격장기채권H’에는 최근 1개월간 약 2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펀드는 만기 10년 이상의 투자 적격 등급 미국 회사채 및 국공채에 투자하는 장기 채권 펀드다.

펀드나 ETF를 통한 간접 투자뿐 아니라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들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해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채권 가격이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자율이 고정된 채권은 금리가 오를수록 가격이 떨어진다. 금리가 오를수록 채권 약정 이자율의 매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채권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고금리 환경에서 채권은 상당히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금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면 꾸준한 이자 수익과 함께 상당한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 회사채 직접 매수도 늘어

ETF에 비하면 금액은 미미하지만, 최근 자산가를 중심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회사채를 직접 매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유의미한 통계로 드러날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 들어 현재까지의 해외 채권 판매액이 2022년 해외 채권 총판매액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미국 국채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MS, 프랑스전력공사 등 글로벌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해외 회사채 수요가 0건이었는데 올해는 문의도 늘고 실제 거래도 두세 건씩 생겨나고 있다”면서 “아직 거래량이나 액수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새로 출시된 만기 매칭형 ETF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만기 매칭형 ETF는 만기가 다른 여러 채권으로 구성된 ETF와는 달리, 만기를 맞춘 채권으로 구성된 ETF다. ETF를 매수한 후 매달 분배금(이자 수익)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ETF는 상장 폐지되고 원금 상환이 이뤄진다. 물론 다른 ETF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ETF를 매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채권 ETF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채권을 편입해 만기가 없었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한 상품이다. 원금 상환까지 기간인 잔여 만기가 짧은 만기 매칭형 ETF는 금리가 상승해도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에 유리하다는 평이다.

Plus Point
증시 약세에 주목받는 채권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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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는 발행자가 주식회사인 채권이다. 채권이란 정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주식회사 등이 정해진 날짜에 정한 이자와 원금을 돌려줄 것을 약속하면서 발행하는 차용 증서다. 채권 발행자가 채무자,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가 채권자가 된다. 채권에 명시된 약정 이자율이 예금 금리보다 높을 때 투자자는 채권을 산다.

개인 투자자가 채권에 투자할 때는 발행자와 직접 채권 거래를 하기보다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해놓은 기관 투자가로부터 채권을 사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다. 한국거래소 채권시장(장내 채권시장)이나 증권사·은행·자산운용사 등을 통한 장외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주식과 달리 채권은 대부분 장외에서 거래되는데 특히 회사채는 거의 모든 거래가 장외에서 이뤄진다.

채권 투자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사들인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꾸준히 이자를 받다가 만기 때 원금을 돌려받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만기 전 채권 가격이 올랐을 때 채권을 팔아 매매 차익을 얻는 방법이다.

채권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분류된다. 채권 발행자가 파산하지 않는 한, 채권을 보유하기만 해도 정해진 이자 수익이 지급되고 정해진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빠른 투자자들은 최근 채권 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증시가 호황을 누리며 기대 투자 수익률이 높을 때는 상대적으로 외면받던 채권 투자가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오르고(채권 가격 하락) 증시 약세장이 이어지며 그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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