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차이나]① 맥도날드 배달부터 지하철 표 끊기까지…中 디지털 위안화 직접 써보니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의 인터컨티넨털 호텔 데스크에 디지털 위안화(e-CNY) 사용을 환영한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쑤저우=김남희 특파원

3월 14일 중국 베이징 둥청구 왕푸징의 그랜드하얏트 호텔. 카운터에 디지털 위안화(數字人民幣·e-CNY) 사용을 환영한다는 안내판이 있다. NFC(비접촉 근거리 무선 통신) 기능이 있는 두 기기를 서로 가까이 갖다대거나(碰一碰 펑이펑), QR코드를 스캔해(掃碼 싸오마) 결제할 수 있다. 커피 두 잔을 마시고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했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디지털 위안화 앱(e-CNY)을 열고 판매자 QR코드를 스캔해 금액을 입력한 후, 비밀번호 6자리를 누르니 결제 완료. 중국에서 많이 쓰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사용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 베이징·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단계인 중국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자는 우선 애플 앱스토어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험판(數字人民幣 試點版) 앱을 검색해 아이폰에 내려받았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법정 화폐의 디지털화 형식’이란 설명이 있었다. 아이폰 화면에 ‘e-CNY’란 이름의 앱이 깔렸다. 언어는 중국어와 영어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새로운 사용자 등록을 해야 한다. 사용자가 시범(파일럿) 지역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기 위치 정보를 수집한다는 안내창이 떴다. 현재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26개 성·시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중국 디지털 위안화 시험판 앱. /애플 앱스토어

사용자 등록을 하려면 중국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인증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 기본적으로 실명 가입한 휴대전화 번호가 없으면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만들 수 없는 구조다. 휴대전화 번호 인증이 완료되면 로그인 비밀번호를 정한다.

다음 단계는 디지털 위안화 지갑(e-CNY wallet)을 개설하는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의 가치를 저장하는 매체가 지갑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 서비스 제공사로 선정한 상업은행 중 하나를 선택해 휴대전화 번호 인증 후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개통한다. 베이징에선 약 17개 은행 중 고를 수 있다. 계좌를 만들어 둔 중국 교통은행(Bank of Communications)을 선택했다. 거래용 6자리 숫자 PIN 번호(로그인 비밀번호와 다름)를 정한다. 외국인도 사용 가능할까 싶었는데, 일단 지갑 생성에 성공했다.

중국 디지털 위안화 지갑 화면. 맨 왼쪽 사진 1은 지갑에 200위안을 충전한 잔액 화면. 가운데 사진 2는 메이퇀 앱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선택해 결제하는 화면. 맨 오른쪽 사진 3은 베이징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디지털 위안화 앱으로 큐알코드를 스캔해 136위안을 결제하는 화면.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다음으로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활성화해야 한다.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는 상점과 플랫폼을 추천해주겠다며 휴대전화에 깔려 있는 다른 앱들을 추적할 권한을 허용해달라고 한다. 기자에겐 온라인 배달 플랫폼 메이퇀(Meituan), 온라인 쇼핑 플랫폼 징둥(Jingdong), 인공지능 검색 플랫폼 바이두(Baidu) 등이 추천 앱으로 떴다. 원하는 앱을 선택한 후 각 앱마다 거래 금액 한도를 정해야 한다. 1회 거래 한도는 2000위안(약 38만 원), 하루 거래 한도는 5000위안(약 95만 원)으로 정해졌다. 지갑 등급이 가장 기본적인 ‘4류(category 4)’이기 때문이다.

중국 디지털 위안화 지갑(e-CNY wallet) 등급 분류. /정리=김남희 특파원

디지털 위안화 지갑 등급은 신분증과 개인정보 확인 수준에 따라 1~4류로 나뉜다. 등급에 따라 충전과 거래 한도에 차이가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인 1류는 신분증과 휴대전화 번호, 은행 계좌가 모두 있어야 하고, 은행을 방문해 신분 확인도 거쳐야 한다. 1류 등급은 충전이나 거래 금액에 제한이 없다. 가장 낮은 등급인 4류는 휴대전화 번호만으로도 개통이 가능한 등급이다. 신분증 인증도 필요 없다. 처음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개설하면 익명인 4류로 분류된다. 3류까지는 은행 계좌가 없어도 된다. 1~2류 지갑으로 업그레이드할 때는 은행 계좌가 필수다.

중국 베이징 왕푸징의 그랜드하얏트 호텔 카운터에 디지털 위안화(e-CNY) 사용을 환영한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지갑 활성화는 완료됐다. 이제 잔액 0인 지갑을 자신의 은행 계좌와 연동해 충전하거나,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갖고 있는 다른 누군가로부터 이체 쓸 수 있다. 충전을 위해 은행 계좌 연결을 시도했다. 지갑 개설 은행인 교통은행 계좌로 연결하려 했다가, 실패했다. 디지털 위안화 앱에서 기존 지갑을 삭제하고 위챗페이(웨이신즈푸)와 연계된 위뱅크(Webank 微衆銀行 웨이중인항)를 통해 지갑을 새로 만들었다. 은행 계좌 연결 단계에서 다시 교통은행 모바일 뱅킹 앱이 추천으로 떴다. 교통은행 선택 후 본인 인증을 거쳐 결국 교통은행 체크카드를 연결했다. 교통은행 계좌에서 디지털 위안화 지갑으로 200위안을 보냈다. 디지털 위안화 지갑 잔액에 200위안이 떴다. 4류의 충전 한도는 1만 위안(약 190만 원)이다.

중국은행(뱅크 오브 차이나)과 메이퇀이 공동 선보인 디지털 위안화 하드웨어 지갑. 실물 카드 안에 칩이 내장돼 있다. 메이퇀 앱 계정에 카드를 연동해 활성화시킨 후 사용할 수도 있다. /메이퇀

지갑에 돈도 있겠다, 가장 먼저 메이퇀 앱에서 맥도날드 배달을 시켜봤다. 감자튀김 한 개와 파이 한 개를 선택한 후 메이퇀 앱에서 31.88위안을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했다. 전엔 메이퇀 앱의 지불 방식이 ‘메이퇀즈푸’ ‘웨이신즈푸’ ‘애플페이’ 3종으로만 떴는데, 디지털 위안화 앱을 깔고 활성화한 후엔 ‘디지털 위안화’도 추가됐다. 결제하려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온 인증 번호를 입력하고, 또 디지털 위안화 지갑 PIN 번호 6자리를 추가로 입력해야 한다. 여러 단계의 인증 과정이 조금 번거로웠다.

현재 시범 운영 지역의 일부 식당과 호텔, 서점, 상점, 대중교통 등에서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다. 베이징에선 지하철 표를 살 때도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다. 14일 베이징 지하철 8호선 진위후퉁(金魚鬍同) 역 안 기계에서 티켓을 구매할 때 현금, QR코드 스캔(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디지털 위안화 중 지불 방식을 고를 수 있었다. 온라인으론 베이징 기준 상점(머천트) 플랫폼 100곳, 결제 플랫폼 2곳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가 가능하다. 2022년 12월 말 기준 디지털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도입한 중국 상점(온·오프라인) 수는 1120만 곳으로, 넉 달 전 대비 두 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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