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과 ‘그놈’의 MZ 타령[오늘을 생각한다]

2023. 3. 21. 07: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 논자가 입 아프게 말해왔듯, ‘MZ세대’라는 범주로 사회 현상과 모순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심히 문제가 있다. 일단 그 범주가 너무 넓기 때문에 하나의 세대로 묶어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광의의 MZ세대 규정에 따르면, 얼마 전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내 친구도, 2015년생 그의 아들도 같은 MZ세대로 묶인다. 같은 또래 집단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부모 소득수준과 자산에 따라 매우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요즘 넉넉히 버는 30대들은 너나없이 골프를 친다는데, 이는 골프채도 잡아본 적 없는 많은 노동자의 일상과는 격차가 있다. 올해 고작 460원 인상된 법정 최저임금에 대한 판단도, 난방비 40% 인상이 생계에 끼칠 영향력도 같은 세대에서 완전히 다르다. 2021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자산이 하위 20%(1분위)는 2473만원인 반면, 상위 20%(5분위)는 8억7044만원이었다. 1분위와 5분위의 격차가 무려 35배에 달했다.

한데 정부나 언론은 ‘MZ세대’ 담론을 꽤 즐겨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MZ 껴안기’ 행보를 통해 노동개혁 명분 쌓기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9월 22일 이정식 장관은 MZ세대 노조 대표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고, 11월 17일에는 ‘MZ세대와 함께하는 고용서비스 현장 간담회’를 열어, “국민과 함께하는 고용서비스”를 약속했다. ‘MZ세대’와 ‘노동운동’이 정반대의 이해관계를 지닌 것처럼 선동해 노동조합을 공격하기 위한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MZ세대 대부분은 평범한 노동자들이고, 바보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노총이 실시한 20~30대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와 언론의 전방위적 선전에도 불구하고 직무성과급제 찬성은 33.3%에 불과했고, 반대가 50.7%나 됐다. 보수언론이 이데올로기 공세에 활용해온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정식 장관도 허겁지겁 MZ노조들을 다시 소환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주 69시간’이나 ‘직무성과급제’ 모두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훨씬 불리하고 후퇴된 상황을 안겨줄 것이다. 노조가 있으면 그나마 노동조건 방어를 위해 싸울 수 있지만, 노조마저 없으면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개정안은 자본에는 좋지만, 노동자에겐 ‘개악’이다. 노동시간 통제권을 더더욱 자본에 내줄 뿐이고, 노동자들을 보다 극심한 경쟁으로 몰아넣는다. 이런 후퇴를 받아들일 노동자가 어딨겠는가.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이 안의 실체를 안다면 연령 불문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노조 때리기는 MZ세대 죽이기나 다름없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