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의 뉴스1픽] 내부정보로 '주식 한탕?'…회사는 안막나 못막나

강은성 기자 입력 2023. 3. 21. 07:05 수정 2023. 3. 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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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한 코스닥 상장사 A임원은 회사 해외법인이 수주계약을 따내자 이내 딴마음을 먹었습니다. 수주계약 정보가 공시되면 회사 주가가 급등할 테니 그 전에 주식을 사뒀다가 공시 이후 내다팔면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A임원뿐만 아니라 직원 B씨, 연구개발(R&D) 소속 연구원 C씨 등 이 회사 직원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A씨는 아내계좌로, B씨는 본인계좌로 회사 주식을 사들였고 C씨는 동생에게 관련 정보를 '귀띔'했습니다.

예정된 대로 수주계약 사실이 공시되자 회사 주가는 단시간에 급등했고 이들은 짭짤한 이익을 챙겼죠.

그 후로 어떻게 됐을까요?

금융당국은 이들의 거래행위가 자본시장법 제 174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당국에 따르면 이들의 거래규모만 16억원가량, 내부정보를 몰래 이용해 얻은 시세차익 부당이득은 3억원 가량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지난 2022년 금융당국이 공개한 미공개정보이용 불법거래 적발 실제 사례입니다.

지난 주말엔 올들어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핫한 종목 중 하나였던 에코프로(086520)가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과 서울남부지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에코프로 주가가 올 들어 300% 가까이 올랐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수사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혐의점과 압수수색에 대한 결과는 아직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회사 임직원들의 이런 혐의가 불거지고 수사가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실망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심지어 올해에만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합쳐 1조2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 막대한 손실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5년간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불공정거래(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세조종) 사건 중 상장사 임·직원 등 내부자 연루 사건이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불공정거래 통보 건 중 상장법인 내부자 연루 비중은 지난 2017년 51.1%에서 2018년 69.5% 2019년 74.8%, 2020년 62.6%, 2021년 69.0%로 상당히 높은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에는 일반 주주들이 알 수 없는 미공개정보가 상당히 많이 있고, 상장사 임직원들은 이를 악용해 부당이익을 취하려는 유혹을 많이 받게 됩니다. 이를 법이 일일이 감시하는 것만이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법이 모든 부분을 다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현재는 상장사들의 '내부통제'로 이에 대한 규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코스닥협회는 상장사 임직원이 자사주 등을 매매한 경우 매매내역을 소속 회사에 보고하도록 표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직원이 매매내역 보고를 누락하는 경우 회사가 이를 확인하기 어려워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보고자와 이를 관리하는 회사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내부자 보고의무를 보다 간소화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내부자거래 알림서비스'(KRX-Insider Trading Alarm Service; K-ITAS) 시스템을 만들어 상장사에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이를 적극 홍보하며 가입을 독려하는 중입니다. 여기에 상장사가 가입하면 소속회사 개인이 거래내역을 일일이 회사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면제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도 부여합니다.

그런데 K-ITAS 가입 상장사는 지난 2022년 상반기 기준 전체 상장사 2500여개사의 10% 수준(250여개)에 불과합니다. 한국거래소 불공정거래예방센터에 공개된 현재 기준 K-ITAS 가입 상장사는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까지 합쳐 252곳. 기업명 공개에 동의한 곳 기준인데, 공개를 안한 회사가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즉 지난 1년여간 내부자 주식거래 투명화를 위한 K-ITAS 가입 상장사가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임직원 등 내부자들이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인 주식거래를 했고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등 회사가 손해를 입었을 때, 회사들은 통상 비슷한 변명을 하죠. "개인의 일탈이다. 회사가 일일이 직원들을 감시할 수는 없었다."

한국거래소가 무료로 제공하는 이 플랫폼 하나도 제대로 이용하지 않으면서, 가입한 상장사가 이렇게나 적은데도 이런 변명이 통할까요.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을 했고 불특정다수인 주주들에게 자금을 지원받았다면, 주주들의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내부 직원들을 단속하는 것은 상장사의 마땅한 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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