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힌 다이먼 퍼스트뱅크 추가구제”···"민스키 모먼트 가능성↑”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입력 2023. 3. 21. 06:50 수정 2023. 3. 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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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서울경제]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3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자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39%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89%, 1.20% 뛰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다시 연 3.5%를 넘어섰고, 2년 물은 4.01%로 4%를 넘었습니다.

어제 UBS의 CS 인수는 초대형 사건이나 모든 게 다 해결된 건 아닌데요.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이날도 -47%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금 가격은 장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는데요. 아마존은 몇 주 내 9000명을 추가로 해고하기로 한다고 했죠. 오늘은 퍼스트리퍼블랙뱅크 상황과 UBS 관련 후, 기준금리 전망을 전해드립니다.

“다이먼, 퍼스트은행 예금전환·외부 투자유치 주도”···“샷 건 웨딩이라는 CS 인수, UBS CDS 프리미엄 0.63%p 상승”

우선 퍼스트리퍼블릭뱅크부터 보죠. 이날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마이너스로 장을 시작했습니다.

주말 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거부인 톰 바락 콜로니 캐피털 창업자가 짐 허버트 퍼스트리퍼블릭뱅크 회장과 함께 은행을 살릴 방법을 찾고 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는데요. S&P는 대형 은행들의 300억 달러 예금 지원에도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며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일주일 만에 또 내렸습니다.

UBS의 CS 인수도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요. 팩웨스트뱅코프(+10.78%)와 지온스뱅코프(+0.70%) 등과 비교해보면 퍼스트리퍼블릭뱅크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다시 나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이먼은 다른 대형 은행 CEO들과 함께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자본 증대 방안 논의 △은행권 300억 달러 예금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를 자본금으로 출자 검토 △외부 매각 또는 외부자금 유치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WSJ는 “상황은 유동적”이라면서도 “논의는 다이먼 CEO가 이끌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JP모건의 2차 지원 작업이 성공하면 금융권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는 ‘물타기’에 가까운데요. 퍼스트리퍼블릭은 300억 달러 공동예금에도 주가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유동성에서 증자와 자본 문제로 이슈가 커졌기 때문이죠. 아이러니하게도 JP모건이 주도하는 지원 얘기에도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더 하락했는데요.

최소 120일 예금 조건에 묶여 있는 대형 은행, 또 공동예금 논의를 주도한 다이먼 CEO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금을 자본으로 돌려 시장 안정을 이뤄내고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퇴출을 막는다면 예금으로 넣은 돈을 잃지 않을 수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퍼스트리퍼블릭뱅크를 외부에 매각하거나 다른 곳에서 자금을 더 끌어와 보다 안정적인 구조로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을 겁니다.

뒤집어 보면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대형 은행의 위험도 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으로 영업기반이 무너진 은행은 수익성 악화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추가 증자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죠. 그때마다 어떻게 할 거냐는 과제가 남습니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예금이 돌아오기 시작하더라도 주가는 25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빠져나간 예금의 절반이 2분기까지 복구되면 내년 주당순이익(EPS)이 3.11달러로 예상 주가는 25달러라는 거죠. 다만, 2분기까지 비보험 예금의 절반이 돌아오지 않으면 2025년 EPS가 1.52달러로 예상 주가는 약 11달러라고 봤습니다.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은 12.18달러에 마감했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미국의 은행위기는) 앞으로도 험난할 것”이라며 “사람들은 자신들의 예금을 옮기고 있으며 이는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봤죠.

CS 후폭풍도 다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날 UBS는 개장 후 주가가 -15% 넘게 빠졌다가 회복해 1.26% 상승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어제부터 말이 많았던 조건부자본증권(AT1·additional tier1)이 문제였는데요. 스위스 금융당국이 CS를 UBS에 인수시키면서 1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AT1 채권을 탕감해줬는데, 이 때문에 UBS를 포함해 다른 은행들의 AT1 채권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동요한 것이죠.

블룸버그에 따르면 UBS와 도이체방크의 AT1 채권 가격이 10센트 이상 하락했다고 하는데요. 로이터통신은 “도이체방크와 HSBC, UBS, BNP파리바 은행들의 채권 가격이 압박을 받았다”며 “더 광범위한 여파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럽, AT1 주식보다 상환 앞서 성명에도 투자자들은 매도”···“월가, 채권 위기 중소기업으로 번지나 촉각”

코코본드로 불리는 AT1 채권은 특정 조건에서 투자자 동의없이 상환 의무를 없애거나(상각)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에 위기 시 세금 투입을 줄여보자는 생각에서 도입됐는데요. 자본의 성격을 부여해 위험을 투자자에게 넘긴 거죠. 일반 채권보다는 후순위지만 주식에 비해서는 선순위로 여겨졌는데 이번에 그 규칙이 깨진 겁니다.

은행은 변제 순서가 ‘예금자→채권자→주주’ 순인데요. UBS가 CS를 파산 전에 인수했으니 예금은 관계없고, CS 주주들이 UBS의 주식을 정해진 비율(22.48 대 1)로 받게 됐습니다. 주주는 일정 부분이라도 돈을 건지게 됐지만 AT1 투자자들은 한 푼도 못 받게 된 거죠.

그러니 “다른 유럽은행 AT1은 안전할까?”라는 생각이 퍼지게 된 겁니다. 유럽 AT1 채권시장이 2750억 달러 정도 되는데요. 울프강 펠릭스 사리아 리미티드의 선임 애널리스트는 “화가 난 투자자들과 겁먹은 이들이 다음 목표물을 찾고 있다”며 “초점은 유럽의 대형 은행을 포함해 코코본드 발행을 한 곳들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불안감이 퍼지자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은행당국 등은 이날 “유럽의 은행 부문은 강력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복력이 있다”고 강조한 뒤 “보통주는 가장 먼저 손실을 보게 돼 있으며 이것이 끝난 다음에 티어1(tier1)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그동안 일관성 있게 적용돼 왔던 것”이라고 했는데요.

영란은행도 동참했습니다. 영란은행은 “AT1이 보통주보다는 우선순위가 앞서고 티어2보다는 뒤진다”고 재확인했는데요. 블룸버그는 “유럽 관리들은 AT1 시장 투자자들에게 진정하라고 촉구했지만 투자자들은 어쨌든 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CS는 어떻게 됐던 걸까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유럽에서는 CS와 UBS를 빼면 주주들의 완전한 손실 전에 AT1의 상각을 허용하는 조항을 갖고 있는 은행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럽 대부분의 은행에서 AT1 투자자들이 주주보다 먼저 손해를 볼 가능성은 없다는 뜻인데, CS와 UBS는 발행 당시 해당 부분이 담겨있었다는 건데요.

유럽 당국의 발빠른 대응에도 AT1 채권 매도는 공포가 채권 시장으로 전염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겠습니다. ING의 수비 플라테링크 코소넨은 “스위스는 은행 채권자를 존중하지 않았다”며 “ECB와 유럽당국의 성명은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시장의 동요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최소한 유럽은행들의 자본 조달비용이 올라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JP모건은 “최근 AT1에는 8~10%의 금리가 제공되는데 이것이 두자릿 수로 오를 수 있다”며 “자금조달 비용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별도로 이날 UBS의 CDS 프리미엄이 0.63%포인트(p) 증가한 1.80%p를 기록했는데, 이는 10여 년 만의 최고치라고 하는데요.

닐 시어링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UBS의 CS 인수에 대해 보자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것”이라며 “UBS가 CS를 32억 달러에 인수한 것은 CS의 자산 5700억 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봤던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앞서 UBS는 "시간이 없어 제대로 된 실사를 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스위스 정부의 최대 90억 스위스프랑 손실 보전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했었죠.

“시장은 3월 0.25%p 상향 전망 73% 비둘기 인상?”···“모건스탠리, 고통스러운 약세장 끝물 시작”

월가에서는 CS 사태로 은행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채권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는데요. 팩트셋에 따르면 이달 초 4.1%p였던 정크본드의 가산금리가 지난 17일에는 5.1%p로 1%p가량 급등했습니다. 정크본드 금리는 국채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가산금리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 높아졌다는 말이죠. 제프리스는 “곧 중소기업들이 채권발행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는데요.

JP모건의 마크 콜라노비치는 “(은행위기 등에) 미국의 신용시장에는 금이 갔고 유럽은 의미있는 지원이 없는 한 가산금리가 계속 확대할 것”이라며 “민스키 모먼트(minsky moment)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는데요. 민스키 모먼트는 채무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약해지면서 급하게 빚을 갚기 위해 건전한 자산까지 내다 팔아 전반적인 시장의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을 말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틀 앞으로 다가온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두고도 여전히 의견이 갈립니다. 0.25%p 금리인상을 할 것이냐, 아니면 동결할 것이냐인데요. 앞서 연준이 유로존, 영국, 캐나다, 일본, 스위스를 포함한 6개 중앙은행들과 주 1회 진행하던 통화스와프 입찰을 매일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위기상황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연준이 금리인상을 앞두고 유동성을 풀어두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49분 현재 3월 0.25%p 인상 확률이 73.1%입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은 “최근의 경제상황과 인플레이션을 볼 때 동결 시 연준이 왜 금리를 올리지 않는지 설명하는 게 더 어려울 것”이라며 “나는 연준에 0.25%p의 금리인상을 조언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가격안정은 금융안정과 함께 간다. 그들은 두 개의 다른 안정성을 추구하며 서로 다른 도구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안정 목표가 충돌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파월이 라가르드의 논리와 화법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메가 어드바이저스의 설립자 레온 쿠퍼맨은 “연준이 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본다”며 “지난 10년 간 무책임한 통화정책을 편 결과 우리는 스스로 초래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3월 금리인상 확률. CME페드워치

반면 전직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출신인 윌리엄 더들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동결이냐 0.25%p 인상하느냐인데 동결은 은행 시스템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고 0.25%p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내가 (연준에) 있다면 금리인상 중단을 권고할 것이다. 다만,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국 경제에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요.

은행권이 불안하니 일단 멈추되, 마치 이것이 “생각보다 미국 경기에 문제가 있나 보다”라고 시장이 생각하게 두면 안 된다는 얘기죠. 그는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 2007년 12월 미국 경제는 이미 침체였지만 현재 미국 경제는 강하다”고 덧붙였는데요.

반면 네이션 와이드의 마크 해켓은 금리인상을 중단하면 시장이 미국 경제가 약하다고 놀랄 수 있다는 점은 더들리와 같지만 그래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은 되레 주식과 채권시장에 나쁜 소식”이라며 “연준이 긴축을 중단하면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의 패닉 반응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는데요.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트데이더들은 연준의 시장 지원을 양적완화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것이 약세장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약세장의 끝물은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신용시장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국채시장은 침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UBS의 CS 인수 뒤에도 크고 작은 여진이 지속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채권도 잘 봐야 할 때입니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처리 문제와 은행권과 정크본드, 회사채 움직임을 잘 들여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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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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