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비싸게 사줄게”...대주주 공개매수에도 한샘 소액주주 뿔난 까닭은

배동주 기자 2023. 3. 2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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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 한샘 주식 5만5000원 공개매수 발표
“응하지 않는 것이 유리” 지적 나와
한샘은 자사주 대주주로 매각 결정
소액주주, 한샘 이사회 배임 고발 검토

상장사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발표가 나면 해당 주식을 가진 개인투자자 소위 ‘개미’들은 통상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기준 시점 주가보다 비싸게 매수가격이 책정돼 소액주주도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고, 또 매수 주체가 해당 주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혀 시장도 주목해서죠.

지난 2일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 대주주의 공개매수 발표도 비슷했습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4만원대 주식에 약 23% 할증을 적용한 5만5000원에 매수가격을 정했고, 대주주가 주당 5만5000원 이상을 본다는 의미에서 주가는 곧장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정작 5만5000원에 주식을 팔 수 있는 소액주주들이 반기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샘 주식이 없는 사람들조차 주가 상승을 전망, 발표 당일 주가만 약 20% 뛰었는데 말이죠. 한샘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 반대 단체행동, 배임 고발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한샘 본사 전경. /조선DB

한샘 소액주주의 반발은 “한샘 공개매수, 현 주주는 응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증권사 보고서가 나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유안타증권은 IMM PE의 한샘 주식 공개매수 발표날 ‘공개매수 공시, 의무공개매수제도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팔지 않는 게 낫다”고 조언을 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금융당국이 부활을 예고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이유로 들었는데요.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대주주가 될 때는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더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금융위원회는 ’50%+1주’를 의무공개매수제도 안으로 꺼냈죠.

의무공개제도 50%+1주를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 30%를 살 경우, 같은 가격에 최소 ‘20%+1주’를 추가로 공개 매수하라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대주주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비싸게 거래하면서도 다른 주주들은 외면됐다는 지적이 반영됐습니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공개매수를 한샘 지분 재매각을 위한 IMM PE 사전 작업으로 봤습니다. IMM PE는 2021년 9월 한샘 경영권 지분 27.7%를 주당 22만1000원에 샀는데요. 이를 되팔고 또 수익을 내기 위해선 22.3%+1주까지도 주당 22만1000원 이상에 살 곳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주당 5만500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일단 주당 5만5000원에 지분 7.7% 추가 취득을 예정했는데요. 이 경우 주당 20만원을 넘었던 매입 단가는 떨어지죠. 5만5000원으로 추가 매입을 진행하면 매입 단가는 14만6410원으로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한샘 소액주주연대는 다시 활성화하는 모습입니다. 한샘 소액주주연대는 IMM PE가 한샘 대주주에 오른 2021년 12월 출범했습니다. IMM PE가 한샘 경영권을 인수한 후 불거진 주가 급락이 원인이 됐는데요.

이번에는 IMM PE로의 지배구조 변동 등으로 주가 하락손해를 입었는데, 또 한번 이용당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대두했습니다.

다만 IMM PE는 공개매수가 가장 적절한 방안이었다고 반박합니다. 시장 가격에 매집할 수도 있지만, 1000억원에 달하는 매집이 알려지면 하루 거래량이 10만주 가량인 한샘의 주가가 요동칠 게 뻔하기 때문이란 겁니다. 유상증자 방안도 있지만, 이는 되레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택하지 않았다는 게 IMM PE 측 설명입니다.

IMM PE 관계자는 “이번 공개매수는 대주단의 추가 지분 매입 요구에 따라 진행하는 추가 투자로 투자금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고심한 결과”라면서 “한샘이 자사주 매각으로 공동매수에 동참할 경우 한샘으로의 직접적인 자금 유입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한샘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의 단체행동, 이사회 배임 고발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4일 전해진 한샘의 이사회 결정이 불을 지폈습니다. 한샘이 대주주로의 자사주 매각을 결정하면서입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샘 이사회는 지난 14일 자사주 90만9091주를 IMM PE 운영 펀드인 하임 및 하임2호의 공개매수에 응모해 처분하기로 결의했습니다. 한샘 자사주 90만9091주는 IMM PE가 추진하는 182만주 상당 공개매수 물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한샘 소액주주연대로써는 화가 날 일입니다. 매각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지분 매집에 한샘이 자사주 매각으로 동참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샘은 주주환원이라며 그동안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왔는데, 매입 가격보다도 훨씬 낮게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박장호 한샘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한때 14만6500원까지올랐던 주가가 8~9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주주 반발이 심해지자 한샘은 자사주 매입이라는 주주환원책을 꺼냈다”면서 “당시 꾸준히 매입한 자사주가 결국엔 대주주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샘은 2021년 11월과 지난해 3월, 또 5월 세 차례에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을 진행했습니다. 주가가 내려간 데 따른 주가 부양 정책으로 주주환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죠. 이 기간 한샘이 매입한 자사주는 73만2258만주로 자사주 매입 평균 단가는 약 7만7000원입니다.

한샘은 “자사주 처분으로 자금 조달 및 재무 안전성 강화를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소액주주 입장은 다릅니다. 1차 자사주 매입에서 비싸게는 주당 10만원이 넘게 사고 평균 7만7000원에 산 자사주를 대주주를 위해 5만5000원에 싸게 넘기는 것이기 때문이죠.

시장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이해충돌 거래로, 한샘 이사회는 업무상 배임의 소지가 있다”면서 “재원 확보가 목표라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차입으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이는 대주주에만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반면 한샘은 배임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합니다. 2021년 11월 시작해 지난해까지 이어진 자사주 평균 매입가는 7만7000원이 맞지만, 자사주 매입은 그전부터 이뤄졌고 전체 약 768만주의 평균 매입가는 3만7700원 수준으로 5만5000원에 자사주를 되파는 것은 이익이라는 것입니다.

한샘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어려운 재무적 상황하에서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해 왔는데, 이번에 공개매수가 개시돼 이에 응모하면 즉시 자사주를 현금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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