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러 한국에 왔다” 한국에 등장한 ‘겸손한 NBA리거’ 단테 커닝햄

최서진 2023. 3.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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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서진 기자] 단테 커닝햄(35, 203cm)은 무려 NBA에서 10시즌을 뛴 선수다. 2022-2023시즌 개막 이전 그가 KBL에서 뛴다는 소식은 팬들 마음을 설레게 했다. 경력이 뛰어나지만, LG에는 강력한 1옵션 아셈 마레이가 있기에 공존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시즌 초반 커닝햄은 위력적이지 않았으나 일정을 거듭하며 김준일, 저스틴 구탕과 함께 새로운 유닛으로 코트를 휘저었다. LG를 만나는 팀들은 마치 두 팀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높은 수준의 수비력을 가진 베테랑 커닝햄이 존재했기에 LG는 수비 유닛 선수 구성이 가능했고, 이는 2위에 올라서는 원동력이 됐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3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빠듯한 경기 일정인데 몸 상태는 어떤가?
오히려 일정이 빠듯한 것이 더 잘 맞는다. NBA랑 스케줄이 비슷하게 경기가 많다. 경기 수가 적어서 훈련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경기를 많이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선수로서 생각하는 LG의 2위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선수의 성장보다는 팀으로, 한 유닛으로 성장한 것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팀워크를 맞추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이다.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맞추다 보니 좋아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동료와도 시간을 많이 보내는가?
코트와 라커룸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장난도 친다. 근데 성격이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코트 밖에서는 혼자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한다.

유독 대화를 많이 하는 선수가 있다면?
당연히 아셈 마레이와 많이 친해져서 대화를 많이 한다. 김준일과도 장난을 많이 친다.

김준일을 자주 혼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이유인가?
혼도 내고 장난도 친다. 특히 신발 선택에 대한 혼을 많이 낸다. 이상한 색의 농구화를 선택한다. 팀 유니폼 색과 맞는 것도 아니고… 하하.
※ 조상현 감독에 따르면 공격 시 오로지 자신의 공격에만 집중해 있는 김준일을 커닝햄이 ‘네 공격만 보지 말고 빈 곳으로 움직여라’라고 자주 혼낸다고.

이관희 시계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귀엽다. 그 세리머니는 데미안 릴라드의 것이다. 이관희가 오리지널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팀원에게 ‘이제 정신 차리고 할 시간이다’라는 메시지로 보이기도 한다.
※ 이관희의 손목시계를 세리머니의 원조는 NBA 포틀랜드의 에이스 데미안 릴라드다. 4쿼터 몰아치기에 능한 릴라드는 클러치 상황에서 득점을 성공시킨 뒤 ‘데임(릴라드의 별명)타임’이 왔다는 의미를 담아 손목시계 세리머니를 한다.

벌써 한국에 온 지 5개월인데 한국에 올 때 목표는 무엇이었나?
팀을 어떻게든 도와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또 팀이 성장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는 것도 목표였다.

2위이니 그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는 것인가?
물론이다. 당연히 좋은 방향대로 가고 있다. 원래 목표를 능가한 상황이라 더 높은 목표를 다시 잡아야 할 것 같다.

“쿠크다스 맛있어요”
커닝햄은 다양한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을 즐기기에 여러 리그에서 뛰는 것을 선호한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에 주저함이 없다. 한국에서 커닝햄의 은밀한 취미는 한국 과자를 먹어보는 것이다. 홈, 원정 라커룸 테이블에 놓인 간식을 한 두 조각씩 먹다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인터뷰 전 커닝햄을 위해 편의점에 들러 홈런볼, 바나나킥, 꼬깔콘을 구매했다. 사진 촬영 중 커닝햄은 과자를 보더니 씩 웃었고, 촬영 중 한입을 먹더니 표정은 더 밝아졌다. 그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얼마나 즐기고, 한국 과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러 리그를 경험하는 이유가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기 위함으로 알고 있다.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NBA에서 오래 뛰었지만, 한 곳에만 머물다 보니 버블에 갇힌 느낌이랄까. 한 곳에만 머물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 좋은 기회를 통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에게도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자주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프랑스, 푸에르토리코, 중국 등 여러 나라를 경험했는데 한국 음식 맛은 어떤가?
탑2로 뽑을 정도로 한국 음식 맛있다.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특히 연탄불고기를 좋아한다.

한국 과자를 좋아한다고 알고 있는데 몸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한국 과자는 치팅데이 개념이라 괜찮다(웃음).

쿠크다스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크래커 같이 생겼는데 많이 달지 않고 부드러워서 식감이 좋았다. 얼마 전 누나가 한국에 왔다 갔는데 ‘커피에 찍어먹어보라’고 하길래 그렇게도 먹어봤다. 맛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간식을 즐겼나?
과자는 아니지만 프랑스에 있을 때는 빵과 치즈 같은 걸 맛있게 먹었다.

KBL 구단 관계자들은 몇몇 팀의 클럽하우스 수준이 NBA에 가깝다고 말한다. NBA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팀 클럽하우스는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창원에 있는 우리 팀(LG)의 클럽하우스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은 그렇다. 괜찮은 시설이다.

NBA, CBA(중국), BSN(푸에르토리코), Jeep Elite(프랑스), KBL의 훈련량은 차이가 있는가? 한국이 훈련량이 많다고들 하는데.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나열하자면 NBA, BSN(푸에르토리코), KBL, CBA(중국), Jeep Elite(프랑스) 순이다.

가장 쉬운 NBA와 중간인 KBL, 가장 어려웠던 프랑스의 차이점을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NBA는 워낙 경기 수가 많다 보니까 팀 훈련이 많은 편은 아니다. 몸 관리나 전략, 비디오 미팅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개인적인 훈련이 많았다. KBL은 NBA와 비슷한 경기 일정이긴 하지만 개인 훈련보다는 팀 훈련이 더 많다. 그래도 프랑스 리그보다는 몸이 힘든 게 덜하다. 프랑스는 오전에 팀 훈련을 무조건 해야 한다. 또 일주일에 한 경기 정도 하는 일정이라 훈련 시간이 많은 편이다. 물론 각 나라에서 팀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생활 편의는 어떤가? 이 부분은 KBL을 경험한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
맞다. KBL은 생활 여건이 좋다. 몸 관리에 집중하고 잘 쉴 수 있는 여건이다.

NBA 연금을 꽤 받는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지 얘기해 줄 수 있나?

하하. 얼마를 받는다고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55세까지 나는 NBA에서 연금을 받게 되어 있다. 그 후에는 국가 연금을 받으니까 노후 걱정은 없이 살 수 있다. KBL은 연금제도가 있는가?

KBL은 선수 연금이 없다. NBA와 달리 선수 노조가 없다.
그럼 은퇴하면 아무것도 없는건가? 이럴수가.


콧대는 낮지만 실력은 높다! 겸손한 NBA리거
“인성이 너무 좋다. NBA에서 오래 뛴 선수기에 KBL은 시시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그런 부분 없이 수비를 위해 단 1분을 투입해도 서운한 내색 하나 없이 코트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 조상현 감독이 커닝햄을 두고 한 말이다. 인터뷰에서만 봐도 그의 인성을 알 수 있었다. 전날 경기로 인해 피로 여독이 있었지만, 촬영을 위해 멋진 사복을 차려입고 등장했다. 사진 촬영 내내 사진 기자와 통역의 말을 따라 여러 포즈를 취했다. 미소는 자동 장착 수준이었다.

사실 경력만 보면 한국에 올 이유가 없는데,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농구를 하면서 우승을 한번도 못했다. 대학교(빌라노바) 때 컨퍼런스 우승한게 전부다. 그때도 토너먼트 우승은 못했다. 은퇴하기 전에 내 커리어에서 우승을 경험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LG와 미팅을 하면서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능력을 더해 팀이 우승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부분이 내 동기부여를 유발시켰다.

농구와 관련해 한국 적응은 어땠나?
당연히 모든 리그, 팀별로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적응에 힘든 부분은 있다. 그러나 이걸 이겨내고 적응하는 것이 농구에 대한 배움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배워도 끝이 없는 게 농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조상현 감독은 어떤 감독이라고 생각하는가?
감독님은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잘 파악해서 필요한 상황에 특정 선수를 잘 기용한다. 선수에게 맞는 롤을 부여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유로운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도자다.

KBL은 외국선수에게 득점뿐 아니라 팀 수비를 많이 요구하는 편인데 이에 대해 어려움은 없었나?
수비적인 전술이나 전략이 다양한 변화뿐 아니라 많은 옵션이 있더라. 그래서 배우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다. 그러나 배우고 이해하니 문제없었다.

35세에도 빠른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팀에서 홍삼을 주는데 그게 비결인 것 같다(웃음). 농담이다. 하느님이 잘 보호해주신 덕이라 생각한다. 그 다음은 수분 섭취다. 수분 섭취가 정말 중요한데 이를 어렸을 때부터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갖고 있다. 식단 조절도 하고 있고, 좋은 음식들을 찾아서 먹으려고 계속 노력한다.

NBA를 제외한 타 리그에서 평균 20분 정도를 소화했는데, LG에서는 평균 14분 57초를 뛰고 있다. 짧은 시간을 뛰면서 기량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부터 팀플레이에 있어서 어느 상황이든 팀에 기여하고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고, 그렇게 믿고 있다. 2분을 뛰든 20분을 뛰든 110%를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출전 시간이 적어도 기량 유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 딱히 비결은 없고 나이가 있다 보니 훈련량과 휴식을 잘 조절하는 중이다. 

농구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팀 동료는 누구였나?
대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드웨인 앤더슨 선수다. 같이 성장했다. 그 친구는 은퇴했고, 대학교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NBA에서 수많은 선수들을 막아왔는데, 가장 막기 어려웠던 선수는 누군가?
아…너무 많은데… 코비 브라이언트, 케빈 가넷,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카멜로 앤서니… 너무 많다. 그중에서 한명 꼽으라면 듀란트다. 키가 나보다 훨씬 큰데도 슛도 좋고 빠르다. NBA에서 공격을 제일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NBA리거로서 가장 흥미로운 한국선수가 있다면?
SK 2번(최준용). 사이즈에 비해 슈팅 능력뿐만 아니라 투맨게임, 패스까지 있어 기억에 남는다.

농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7살 차이 나는 친누나가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누나가 하는 것들을 따라 하길 좋아했다. 누나가 농구를 해서 시작하게 됐다. 그때 나이는 (만) 4살이었다.

미국에 있는 집에 체육관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넓은 땅을 샀다. 거창한 것까지는 아니고, 자고 일어나서 슛도 쏘고 친구들 불러서 픽업게임을 할 수 있는 체육관을 지으려 한다. 사실 땅을 산 첫 번째 이유는 개인적으로 소유한 자동차 컬렉션이 있는데, 큰 공간에 함께 전시하고 싶어서다.

가진 차 중에 베스트는 무엇인가?
1965년식 링컨 컨티넨탈이다. 아주 멋진 차다. 클래식 카를 좋아하는 편이다.


NBA를 제외한 리그에서 한 시즌을 초과해 뛴 경험이 없던데, 한국에서 다음 시즌도 함께할 의향이 있나?
한 시즌씩 뛴 것은 내 선택보단 그 팀의 선택이었다. 한국에서 계속 뛰는 것에 대한 생각은 열려있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할 계획인가?
은퇴 시점에 미치는 영향은 내 나이보다 아들이 더 크다. 아들이 크면서 여러 가지 운동을 접하고 있는데 그 모습,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올 시즌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떠나는 길에 떠오르는 장면을 상상해본다면 어떤 장면이 생각날 것 같나?
우승해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 떠오를 것 같다(웃음).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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