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이번주 주총… 관전 포인트는 [심층기획]
사외이사들 줄연임… 당국 압박 세질까
주주환원 대폭 확대… 배당금 확 올릴까
‘신한·우리’ 진옥동·임종룡 회장
첫 공식 자리… 사실상 ‘추대식’
사외이사 25명 중 18명 연임 전망
노조 추천 인사 선임될지도 주목
‘빅4’ 자사주 소각·배당금 올릴 듯
‘SVB’ 여파… 건전성 관리 변수로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23∼24일 일제히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우선 관심을 받는 것은 새 CEO 선임이다. 신한·우리금융은 주총에서 각각 진옥동·임종룡 회장 내정자 선임 안건이 의결된다. 두 금융지주 모두 회장 교체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일어났던 공통점이 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3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으나 지난해 12월 급작스럽게 용퇴했다. 이에 앞서 CEO의 ‘셀프연임’을 견제하는 금융당국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금융사 수장 인선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연임을 포기했다. 이같이 관치 논란을 딛고 선임된 후임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첫 취임 일성으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주총이 진 내정자와 임 내정자의 ‘추대식’ 무대가 될 것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분 7.69%를 보유한 최대 주주 국민연금공단이 주총에서 진 내정자 선임 안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한 점은 변수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 측은 “기업가치 훼손” 등의 이유만 밝히고 반대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으나, 라임 사태 등에 대한 징계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내정자는 신한은행장 시절인 2021년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책임과 관련해 당국으로부터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해당 징계는 진 내정자 선임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호 지분인 우리사주조합 지분이 4.96%인 데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진 내정자 선임에 찬성 의견을 내놓아 지분 약 70%를 보유한 외국인투자자들도 대부분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ISS는 임 내정자에 대해서도 선임 찬성 의견을 밝혔다.
KB금융은 사외이사로 추천된 6명 중 3명이 기존 인사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8명 모두가 연임 대상이다. 하나금융은 기존 사외이사 6명이 재추천됐고, 우리금융에서도 1명이 재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다수 인사가 그대로 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문제를 제기하는 당국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당국과 이사회 간 직접적인 소통을 정례화하고, 은행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과 이사회 경영진의 감시 기능 작동 여부 등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경영진과의 친소 관계로 이사회에 장기 잔류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ISS도 최근 신한·하나·우리금융의 사외이사 연임 후보의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각 금융지주의 대형 사고와 관련해 법적 위험이 있는 임원에 대해 집단으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간 만큼, 유임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 추천 인사가 사외이사직에 오를지도 주목된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임 전 대표는 주총에서 주주들의 과반수 표를 획득하면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임 전 대표가 선임되면 KB금융 사외이사는 총 8명으로 늘어난다. 주총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앞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웠지만 모두 주총을 통과하지 못했다.
신한금융은 배당성향을 지난해 26.05%에서 올해 23.54%로 낮췄지만, 30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전기 대비 4%포인트 상승한 30%로 높일 예정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각각 33%, 32% 수준까지 올린다. 우리금융의 배당성향은 전기 25.28%보다 높은 26.18%를 제시했고, 연중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30% 수준으로 주주환원율을 맞출 계획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주총에서 정관 변경도 결의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대손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최근 주주환원율을 짧은 기간에 올릴 경우 자본건전성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에 일부 금융사는 주주환원책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발언도 많이 있어, 이틀 사이 열리는 금융지주 주총에 이목이 쏠려 부담이 있다는 의견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주사 대부분의 안건이 무리 없이 주총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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