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코앞에 두고 ‘발 동동’… 대우·동부건설 공사비 증액 두고 재건축 조합과 갈등
조합 “착공 전 재협상으로 가능” vs 시공사 “관리처분인가 다시 받아야”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경기 의왕시 오전다구역 재개발 조합이 최근 시공사인 대우건설-동부건설과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전국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의 공사비 증액 이슈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업을 중단할수도, 공사비를 대폭 올려줄수도 없는 조합원들의 걱정만 커지고 있다.
◇”세입자 내보내기로 했는데”… 사실상 사업 중단에 조합원 난감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의왕 오전다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3일 조합원들에게 긴급 안내문을 돌리고 “시공자가 급격하게 인상된 금리로 인해 정비사업비의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를 이유로 공사도급본계약서에 날인을 거부했다”며 “사업비 증가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의 변경절차 및 부동산시장이 호전될때까지 우리 사업을 사실상 연기할 것을 일방적으로 제안, 올해부터 사업비와 운영비 대여를 중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은 안내문에서 “착공계획 변경이나 정비사업비 증가 등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나 그럴 경우 이주나 철거 등 사업일정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협의를 통해 변경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면서 “시공사의 이주업무협조가 임박한 시기임을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주민 이주 개시 절차는 오는 5월로 예정돼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 같은 안내문이 발송되자 세입자 정리와 이사 등을 계획한 조합원들은 상황이 난감해졌다.
조합원 A씨는 “이미 세입자와 얘기가 다 된 상황인데 이제와서 더 살라고 할수도 없고 언제 이주명령 떨어질지 모르는데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수도 없고 너무 복잡하고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 역시 “5월에 이사 계획을 다 짜고 있었는데 이렇게 무기한 미뤄지게 되면 차라리 이 집을 팔고 인근 급매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게 나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둔촌주공처럼 이미 공사를 시작한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공사 중단 사태를 통해 공사비 증액 갈등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착공도 안한 상태에서 공사비 증액이 이슈가 되는 사업장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은평 대조1구역은 이주 및 철거까지 완료했지만 공사비 마찰로 본계약 미뤄지면서 착공이 지연된 바 있다. 결국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공사 도급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3.3㎡당 공사비를 종전 462만원에서 517만원으로 12%가량 올렸다.
통상적으로 본계약과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시점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합에서도 공사비가 일정부분 변경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착공 전 재협상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하는 것이 관례다.
◇”공사비 재협상으로 부족해”… 사업성 감소에 시공사도 리스크 줄이기
다만 최근에는 원자재값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공사비 상승폭이 예측 범위를 넘어서고 있어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공사는 시공권을 포기하더라도 낮은 공사비로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조합은 이제와서 다른 건설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빨리 착공에 들어가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시공사가 조합에 사업비 대여를 중단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오전다구역의 경우 대우건설은 지난 1월부터 사업비 대여를 중단했다.
조합 관계자는 “실착공 전에 공사비 인상 등 요인들을 가지고 재협상을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시공사측에서는 본계약을 통해 다시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공사비를 큰 틀에서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느정도까지 공사비 증액을 원하는지 계속 협상 중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을 제시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시공사 측은 공사비 증액 요구에 대해 금융비용 인상으로 인해 조합의 사업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오전다구역은 지난해 이맘때쯤 본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보다 금리 인상 등 금융비용이 굉장히 많이 올랐기 때문에 관리처분 계획 변경을 다시 해야 앞으로 있을 더 큰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며 “인근 병원과 학교 이전협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이런 부분을 조합과 계속 조율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공사가 높은 공사비로 관리처분인가를 다시 받을 경우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적은 금액으로 계약을 하게될 경우 재협상에서 공사비를 증액한다고 하더라도 일정 비율을 넘어가면 다시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관리처분인가 변경으로 증액된 사업비를 통해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받으면 시공사의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며 “본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분양 리스크 등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봤겠지만 높아진 금융비용으로 이렇게 가다가는 계속 해결이 안 되고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 밖에는 안된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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