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논의’ 日보도도 엇갈리는데… 野, 기정사실화하며 공격

김경화 기자 2023. 3. 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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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VIEW] ‘독도 분쟁화’ 日도우미 나선 野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다뤄졌다는 일본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 대통령실은 20일 “전혀 근거가 없거나 왜곡 보도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외교 당국서 (일본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차례 독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다”며 “아무 근거도 없이 일단 내질러놓고 사실이 아닌 게 밝혀지면 슬그머니 빠지는 행태가 일본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정부의 부인에도 ‘독도 논의’를 기정사실화하며 “망국적 야합” “굴욕 외교”라며 비난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박홍근(왼쪽에서 둘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분석·평가 좌담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양경숙 의원, 박 원내대표, 김상희 의원, 강창일 전 주일대사. /뉴시스

이날 일본의 다른 언론에서는 “독도 문제가 정상회담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내에서도 주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야당이 우리 영토인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해묵은 일본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을 넘어 일본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까지 올랐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부정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고, 영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헌법상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일본 언론과 관방장관이 나서는데 애써 감추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박진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 등 외교 참사 3인방은 분명한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독도 논란은 일본 측이 제공했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副)장관은 16일 정상회담 이후 자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를 부르는 일본의 표현)’ 문제 등이 논의됐냐는 질문에 “한일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간 현안에 대해서도 잘 대처해 나가자’는 취지를 밝혔다”며 “이 사안들 중엔 다케시마 문제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 등이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튿날 아침 도쿄 현장에서 가진 백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에 “독도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 소인수, 확대 회담에서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논의된 내용을 전부 다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고 공식 발표 위주로 보는 게 좋겠다”고 했고, 야당은 이 발언에 근거해 의심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이날 산케이신문은 “정상회담서 독도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내에서도 서로 다른 얘기가 나오는 만큼 사실관계가 불투명한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당국자들은 종종 국내 정치용으로 두루뭉술하게 실제와 다른 얘기를 하기도 한다”며 “그게 야당 눈에 띄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데다 역사·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다. 하지만 일본은 1905년 2월 발령된 시마네현 고시를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토 분쟁에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지역을 분쟁화하려는 상대국의 시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토 분쟁이 국제화·노골화되면 근거와 무게가 다른 두 나라의 권리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우리가 100% 영유하고, 실질적 주권·행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 이유가 뭐가 있느냐”면서 “야당이 애국을 가장한 매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남의 것을 뺏기 위해 ‘분쟁’을 만들려 하는 것이고, 우리는 해온 대로 ‘무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야당이 오히려 논란을 만들어가며 일본의 억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도 “만에 하나 일본이 원론적인 자기네 주장을 반복했더라도, 그게 타협의 대상이 되나”라며 “민주당은 영토를 외교 협상의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다만 여론을 섬세히 살피지 못하는 정부의 대응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독도 문제가 다뤄진 게 아니라면 일본 언론에서 보도가 나왔을 때 즉각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논의 내용을 전부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모호한 해명으로 뭔가 언급은 있었을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박진 장관도 18일 KBS뉴스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가 그 부분(독도·위안부 문제)에 대해 말은 꺼냈다고 받아들여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정상회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의제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우리 측 제안이) ‘일본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는 우리 정부 당국자의 이야기는 부적절한 것”이라며 “친일·반일 구도의 19세기 프레임에 갇힌 야당 주장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철희 교수도 “독도가 협상 대상이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의심은 단호히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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