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거장부터 MZ 작가까지… 홍콩 가는 한국 미술
3월에 “홍콩 간다”는 말은 미술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 정식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미술 장터 ‘아트바젤 홍콩’(21~25일)을 필두로, 한 달 내내 ‘홍콩 아트위크’가 이어져 굵직한 미술 행사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정치적 혼란으로 흔들린 ‘아시아 미술 1번지’ 홍콩의 입지를 되찾고자 잔뜩 힘준 모양새다. 그 중심에 한국 작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해외로 뻗는 1세대 거장
1세대 추상화가 유영국(1916~2002)은 최근 미국 페이스갤러리 전속 화가로 합류했다. 그리고 데뷔 무대를 홍콩으로 택했다. 기하추상을 통한 ‘산’의 화가로 애호층이 두껍지만,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스 측은 한국의 전속 화랑인 PKM갤러리와 함께 이번 홍콩 아트위크를 기점으로 유영국을 전 세계에 본격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두 갤러리의 국제적 협업은 화가의 업적을 알리는 데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미국 갤러리 리만머핀 역시 최근 1세대 행위예술가 성능경(79)과 전속 계약을 체결해 이달 홍콩에서 처음 선보인다. 신문지에서 기사만 가위로 오려내 잔해를 모으거나, 뒤처리한 화장실 휴지를 매일 촬영해 색을 입히는 등 50여 년간 기행으로 분류될 만한 개념미술을 선보인 비주류 작가다. 그러나 리만머핀 서울 손엠마 대표는 “퍼포먼스부터 사진·드로잉 등 장르를 초월하는 강렬함이 있다”며 “한국에 이런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큰 무대에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큰손들 홍콩행… 중진 띄워라
‘아트바젤 홍콩’에는 올해 32국 177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이 중 한국 갤러리는 역대 최다인 12곳. 국제갤러리는 동물 탈을 쓴 사람이 종일 전시장에 눕거나 앉아 있는 퍼포먼스로 노동의 가치를 질문하는 설치미술가 김홍석(59), 리안갤러리는 후기 단색화가 김택상(65)·남춘모(62)·이진우(64) 등 유망 중진 작가 위주로 진용을 꾸렸다. 모니터 속 노이즈를 회화로 옮기는 박종규(57) 등 중진 작가 7인을 앞세운 학고재 우찬규 대표는 “시장을 확장하려면 중진 작가를 지속적으로 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아트페어에 처음 참여한 휘슬은 신진 작가를 조명하는 ‘디스커버리즈’ 섹션에 화가 람한(32)을 내세워 현대사회의 불안을 음식이나 신체기관으로 표현한 그림 11점을 선보인다.
‘보따리’ 등 명상적 설치미술로 유명한 김수자(66)는 첫 홍콩 개인전을 악셀베르보르트 갤러리에서 6월 3일까지 열고, 대량의 물감을 화폭에 밀어내는 그림으로 주목받고 있는 화가 제여란(63) 역시 소더비 갤러리에서 29일부터 4월 12일까지 첫 홍콩 개인전을 연다.
◇스크린으로 펼치는 韓 미술
전시는 영화관에서도 이어진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의 전기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가 24일 아시아소사이어티 홍콩 센터에서 상영되는 것이다. 주홍콩한국문화원과 페로탕갤러리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반세기를 물방울에 매달린 거장의 철학을 각국 컬렉터가 집결하는 중심지에서 알리겠다는 복안이다. 주최 측은 “한국 미술의 진수를 관객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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