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클래식]’오버스토리 서곡’과 ‘정년이’

김성현 기자 2023. 3.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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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에서는 ‘클래식 리뷰 앤 프리뷰’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한 주의 주요 공연을 돌아보고 한 주의 예정 공연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이번 주는 미국 작곡가 토드 마코버의 ‘오버스토리 서곡’ 아시아 초연과 창극 ‘정년이’ 리뷰와 3월 예정 공연들을 모았습니다.

<Review>

조이스 디도나토. /세종솔로이스츠

조이스 디도나토와 세종솔로이스츠

3월 16일 예술의전당

신작은 언제나 두려움을 안긴다. 말 그대로 세상에 아직 선보인 적이 없는 작품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16일 예술의전당에서 아시아 초연된 토드 마코버의 ‘오버스토리 서곡’ 역시 마찬가지였다. MIT 미디어랩 교수인 작곡가는 엘리엇 카터의 제자이며 피에르 불레즈의 ‘이르캄(IRCAM)’에서 상주 작곡가와 음악 연구소장을 지냈다. 초기에 무척 급진적인 음악 언어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미하엘 하이든, 멘델스존, 베베른으로 꾸민 전반은 2부의 초연을 위한 ‘숨고르기’ 같았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와 베베른의 ‘느린 악장’ 모두 초기작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멘델스존 협주곡은 13세 때의 곡인데 쉽사리 출구를 찾지 못하는 마지막 3악장 종결부에서 초기 걸작 ‘8중주’ 이전 작품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베베른의 곡은 아직 조성의 질서 안에 머물고 있는데 초기 쇤베르크나 말러의 흔적도 살짝 느낄 수 있다.

마코버의 ‘오버스토리 서곡’은 현재 작곡 중인 오페라의 일부를 서곡 형식으로 선공개하는 방식이었다. 하긴 알반 베르크의 미완성 유작 오페라 ‘룰루’ 역시 모음곡으로 먼저 선보였으니 선례가 없지 않다. 마림바와 전자음악 악기, 쓰러진 보면대까지 2부는 연주 직전의 무대 전환부터 심상치 않았다. 연주자들이 서서히 무대를 돌면서 보면대를 일으키는 식으로 행위와 연주를 결합시킨 초반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자연은 치유와 회복을 위한 소통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메시지처럼 전통적 선율 흐름도 중반부터 느낄 수 있었다.

극중 독백을 하는 과학자 역을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가 맡았다. 다만 ‘나무와 숲이 인간들과 교감한다’는 원작 소설의 독특한 서사 구조와 달리 ‘서곡’은 1인칭 독백 형식이다 보니 작품의 입체적 매력이 반감됐다. 좋게 보면 요즘 말로 ‘ESG’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지만 반대로 보면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음악극 버전 같았다. 착하기는 한데 살짝 허무한 뒷맛이 남았다고 할까. 물론 완성된 음악극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우선 국내 번역된 원작부터 읽으면서 작품 전체를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창극 ‘정년이’에서 윤정년 역의 이소연씨(왼쪽), 창극과 드라마로 잇따라 제작되는 웹툰 ‘정년이’(오른쪽). /국립극장·네이버 웹툰

창극 ‘정년이’

3월 18일 국립극장

본래 창극은 만들어진 전통이다. 1인극인 판소리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국립창극단 창단 시기가 196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페라는 물론, 뮤지컬보다 젊은 장르라고도 볼 수 있다.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극 ‘정년이’ 역시 이런 맥락에서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동시대 문화와의 접합점을 찾는 현대적 작업이지만, 동시에 1950년대 여성 국극단을 배경으로 하는 ‘뿌리 찾기’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뮤지컬 등 많은 음악극들은 자기 언급적 성격이 강한데 여성 국극에 대한 현대적 창극인 ‘정년이’ 역시 마찬가지다.

뚜껑을 열고 보니 가장 두드러졌던 점은 극중극의 액자식 구성이었다. 춘향전이나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으로 원작을 과감하게 압축하고 재구성한 것. 그러다 보니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정년이의 성장과 국극단의 성공을 응원하게 된다. 지금 박수치는 대상이 ‘정년이’인지 ‘정년이’ 속의 또다른 극인지 살짝 헷갈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실제 관객 반응에도 국악의 추임새와 뮤지컬의 환호가 공존했다.

주요 배역에 남성이 없는 철저한 여성 서사라는 점도 최근 트렌드와 잘 맞았다. 아무래도 음악극이니만큼 음악에 가장 관심이 갔는데, 판소리를 바탕에 놓으면서도 1950년대를 환기시키는 트로트부터 랩 가사까지 다채롭게 녹였다. 정년의 환호와 영서의 탄식이 교차하는 이중창처럼 인상적인 곡도 적지 않았다. 전통이 없다는 건 반대로 얼마든지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년이’가 이를 잘 보여줬다.

<Preview>

3월 21일(화) 예술의전당 국립합창단 창단 50주년 기념 한국 합창 교향곡(초연)

3월 22일(수) 경기아트센터, 23일(목) 롯데콘서트홀 경기필하모닉(지휘 성시연) 말러 교향곡 6번

3월 22일(수) 롯데콘서트홀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 평화 콘서트 바이올린 파벨 베르니코프, 스베틀라나 마카로바

3월 23일(목) 금호아트홀 피아노 김홍기

3월 23일(목) 아트센터인천 부천시립합창단 부산시립합창단 교류 음악회

3월 24일(금)~25일(토)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지휘 오스모 벤스케, 바이올린 리사 바티아슈벨리)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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