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개혁안, 어디로 가나…정부 불신임안 등 놓고 막판 진통

박병수 2023. 3. 2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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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연금 개혁안 강행에 나섬에 따라 이를 둘러싼 프랑스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9일 성명을 내어 정년을 62살에서 64살로 늦추는 내용을 뼈대로 한 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몇달 동안 정치적·사회적 협의를 거쳤고, 의회 양원에서 170시간이 넘는 논의를 거쳐 법안을 가다듬었다"며 "이제 모든 이를 존중하며 민주주의 여행의 종착지에 이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 (AFP) 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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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개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연금 개혁안 강행에 나섬에 따라 이를 둘러싼 프랑스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9일 성명을 내어 정년을 62살에서 64살로 늦추는 내용을 뼈대로 한 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몇달 동안 정치적·사회적 협의를 거쳤고, 의회 양원에서 170시간이 넘는 논의를 거쳐 법안을 가다듬었다”며 “이제 모든 이를 존중하며 민주주의 여행의 종착지에 이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 16일 의회(하원) 표결 없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재정 또는 사회보장기금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상 특별조치(49조3항)를 이용해 연금 개혁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단독으로 법을 만들 수 있게 한 이 헌법상 특별조치는, 1958년 샤를 드골 전 대통령 시절 이전 의원내각제 정부 때 발생했던 정국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대통령중심제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마련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처음 대통령 자리에 오른 2017년 대선 때부터 연금 체제 파산을 막기 위한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야당은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안 카드를 내던지며 맞섰다. 헌법상 특별조치로 통과된 법안을 부결시키려면, 하원에서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돼야 한다. 총리 불신임안은 20일 하원에서 표결에 들어간다.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연금 개혁안이 폐기될 뿐 아니라,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보면 부결 가능성이 높다.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마크롱 대통령의 여당 르네상스의 의석은 250석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61석의 공화당(LR) 등 중도우파 세력이 총리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애초 정년과 연금 수령 나이를 65살로 올리자는 더 과격한 안을 내놓은 바 있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부 장관은 현지 언론에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다수는 없을 것”이라며 “연금 개혁안이 정부를 무너뜨릴 가치가 있느냐. 내 대답은 분명히 ‘아니다’라는 쪽”이라고 했다.

하지만 총리 불신임안이 부결돼도 당분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8%까지 떨어졌다. 2018년 기름값 인상으로 촉발된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야당은 총리 불신임안이 부결되면, 헌법평의회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안 처리 절차가 위헌적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출할 방침이다.

그동안 비교적 평화적으로 진행된 시위는 정부가 특별조치권을 발동한 뒤 폭력적 양상을 띠기 시작하는 등 과격화하고 있다. 연금 개혁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한 공개 위협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밤 남부 도시 니스에서 공화당 대표 에리크 시오티 의원의 사무실이 약탈당했다.이곳에선 총리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 쪽지도 발견됐다. 시오티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그들은 폭력으로 내 표결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나는 테러의 사도들에게 굴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총리 불신임안이 부결되면 연금 개혁안을 되돌리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온건파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의 지도자 로랑 베르제는 현지 언론에 “연금 개혁이 실패한 게 아니라 정부가 난파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강경파 노동총연맹(CGT)의 지도자 필리프 마르티네즈는 “폭력을 좋아하지 않지만 분노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마크롱 정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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