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인장이 알 수 없는 틈으로 내 방에 들어온다
태양이 스민 연둣빛 얼굴
따가운 한낮의 가시로 가득한 적의
물관이 차오를 때 들리는 물빛 무지개 소리
맑은 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꼬마 기차에 올라타 사라진다
웃음소리가 흐려질수록 선명해지는 빈 벤치
나는 한쪽 벽에 해를 그리고 다른 선인장을 방으로 유인한다 계속
더 크고 빛나는 해를 그린다
아이들이 놓친 풍선이 날아오른다
창문 없는 방에 살 때가 있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그 방에서의 시간은 내내 캄캄했다. 봄도 꽃도 모두 어두웠다. 여기, “나는 햇빛을 보면 사라진다”고 말하는 이도 그러할까. 도리어 창이 없는 곳이라야 살아갈 수 있다는 이는 빛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떨어져 지내온 것일까. 그런 그가 갈망하는 것은 여전한 빛! 진짜는 아닌, 그러나 분명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선인장을 상상하는 것. 크고 빛나는 해를 그리는 것. 그런 혼자. 그런 외로움. 어둠이 지나치면 어떤 혼자는 훌쩍 날아오르기도 한다. 환상을 빌려 끝없이 멀어지기도 한다. 지금 여기 너머 어딘가, 나를 반길 웃음소리. 따뜻한 꿈. 창이 없어 이토록 영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