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미세 공격, 사소하고 치명적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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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이란 말은 묘하게 우리를 안심시킨다.
제도적, 지속적, 의식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거대 공격과 개인적, 순간적, 무의식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미세 공격이다.
미세 공격이란 말이 처음 쓰인 것은 1970년대다.
이에 비해 미세 공격을 무력화하려면 가시화가 우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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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즉각 저항… 문화·관행 혁신해야
데럴드 윙 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리사 베스 스패니어만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의 ‘미세 공격’(다봄교육 펴냄)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 빈곤층,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엔 두 종류가 있다. 제도적, 지속적, 의식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거대 공격과 개인적, 순간적, 무의식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미세 공격이다. 선량한 차별은 미세 공격에 해당한다.
미세 공격이란 말이 처음 쓰인 것은 1970년대다. 흑인에 대한 미묘한 인종주의적 차별을 가리켰던 이 말은 서서히 적용 범위가 넓어져 오늘날엔 사회적 소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해서 쓰인다. 미세 공격에서 ‘미세’는 작다거나 해롭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공격이 주로 개인과 개인 사이에, 미시적 맥락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난다는 말이다. 공격은 가해자 의도와 상관없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타인을 배제하거나 그 평판을 훼손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가령 남녀 사원이 있을 때 상사가 중요한 일을 무의식적으로 남성에게 더 배분해 여성 성공을 방해한다든지, ‘신입이 뭘 안다고…’ 같은 말을 던져서 상대를 무시하고 모욕해 그 기를 꺾는다든지 하는 식이다.
미세 공격은 우리 일상에 만연해 있다. ‘상처 될 줄 몰랐다’ 같은 흔한 변명에서 보이듯, 가해자 대부분은 이를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때로는 피해자에게 선의를 품었을 때도 일어난다. ‘몸이 불편한데도 일을 참 잘해’ 같은 말로 장애인의 업무 성과를 칭찬하는 경우다. 이런 말을 들으면 불안, 공포, 분노 등에 시달리면서 소속감을 잃거나 자존감이 무너지는 등 피해자는 정신적·신체적으로 큰 고통을 당한다.
미세 공격은 너무나 사소해 오히려 더 문제다. 피해자가 마음 상해 문제를 제기하면, 반성하고 사과하면서도 까탈스럽다, 예민하다, 비사교적이다 등 적반하장으로 피해자를 몰아붙이곤 한다. 참고 견디면서 오랫동안 반복해 미세 공격을 당하면 더 나은 삶을 이룩하는 데 써야 할 에너지를 허비하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미세 공격을 작은 살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거대 공격에 맞서려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사회조직 또는 정책이나 관행을 혁신해야 한다. 노예제 철폐, 성 평등법 제정 등은 그 예이다. 이에 비해 미세 공격을 무력화하려면 가시화가 우선 중요하다. 미세 공격이 있을 때 즉각 이에 저항함으로써, 가해자가 편협성을 이기고 더는 이런 짓을 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위계를 생각할 때, 쉬운 일은 아니다. 피해자의 용기와 함께 가족, 친구 등 공동체의 지원, 문화 변혁을 위한 지속적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 흑인 여성 시인 마이아 앤절로는 노래했다. “당신들은 말로 나를 저격하고,/ 눈빛으로 나를 난도질하고,/ 증오로 나를 죽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래도 나는 일어날 거야, 공기처럼.” 어떤 종류의 억압이나 학대, 괴롭힘이나 모욕, 편견이나 차별, 멸시나 증오도 절대 인간을 패배시킬 수 없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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