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윤석열 정부 교묘한 언론 패싱 전략 먹히고 있다
미디어오늘 1393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지난 2017년 12월20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기자들 사이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정상회담 성과(한반도 전쟁 불가와 대화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등)를 부각하려고 했지만 출입기자단은 정상회담 형식 문제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중국이 우리 정부 정상을 홀대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기간 중국 정부 인사와 식사를 하지 못하고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을 한 것도 홀대론의 근거라고 꼬집었다. 세 차례 이상 대통령 혼밥 관련 질의가 이어지고 급기야 “식사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는 불쾌한 뉘앙스의 답까지 나왔다.
정부 입장에선 '혼밥 프레임'에 갇혀 정상회담 성과가 묻혔다는 억울함이 컸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혼밥을 키워드를 내세운 보도가 한중 정상회담 의제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언론 진영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문재인 대통령 혼밥 보도를 제시하지만 큰 틀에서 언론의 정치 권력 비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언론과 갈등을 일으키더라도 소통하려는 의지에 있다.
당시 청와대는 외교 안보 라인 고위관계자가 총출동했고, 기자는 청와대 출입기자단 전체가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상회담이나 VIP의 외교 중요 일정을 전후로 해서 기자간담회를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정기적으로 열었다. 실명 공개 수준으로 입장을 밝히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딥백' 형식으로 현안을 설명해 기자들의 이해를 돕는 자리로써 공간을 열어놓은 것이다. 간담회를 통해 기자들은 거침없이 물었고, 관계자는 답했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가.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인 한일정상회담을 평가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정상회담 첫날,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가 대통령 일정과 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한일정상회담의 성과를 홍보하는 것도, 증폭되는 '3자변제안' 논란을 해소시키는 것도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이도운 대변인은 “역사의 큰 흐름이나 국제질서 변화의 큰 판을 읽지 못하고 너무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용어를 동원해서 정치적 쟁점을 만들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은 국민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토로했는데 언론과 소통하면서 구체적으로 해명하면 될 일이다.
위안부와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 언론을 통해 관련 의제가 언급됐지만 정부 당국자는 부인했다. 해당 질문이 나오면 경위를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최소한 일본 정부에 항의 표시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부인만 하고 나설 일이 아니다. 책임있게 답변을 할 수 있는 위치의 관계자가 참석하는 기자간담회라도 열어서 오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풀고, 문제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 언론과 충분히 소통해야 된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앞두고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도 문제가 있다.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3자변제안에 대한 우려를 씻으려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국내 언론을 패싱하면서 3자변제안에 대한 반발 여론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줬다. 또다시 언론과의 불통 조짐을 보인 것이고 편협한 언론관을 드러낸 것이다.
언론도 불통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 가능성 메시지를 내놓자 국내 언론은 청와대에 수십개 매체를 놔두고 외신과 인터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일본 언론하고만 인터뷰해 중요 메시지는 내놓은 것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국내 언론을 무시한 심각한 문제로 본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왜 이리 조용한가. 하다못해 기자간담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한일정상회담에서 나온 여러 메시지를 검증하겠다고 나서야 될 일이 아닌가.
대통령 일정을 유출할 경우 법적 조치를 의뢰할 수 있고, 대통령 참석 자리에서 품위를 손상한 기자를 징계할 수 있다며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대통령실 발상이라고 한다면 언론을 향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순치(馴致)시키겠다는 의도로 파악하고 관련 규정 주장과 근거를 탄핵시키는 게 기자단의 역할이다. 현 정부 언론관이 갈수록 극악해지고 있다. 당사자 언론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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