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구장 리모델링하는 바르샤 ‘앞으로도 새들과 함께’

김세훈 기자 2023. 3. 2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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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등 35개종 거주하는 캄프 누
좌석 늘리기 위한 공사 5월 돌입
야생동물 보호 주요 어젠다로 설정
새로운 둥지 영역 설정·관리 계획
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 누의 골포스트에 앉은 까치(위 사진)와 관중석에 내려앉은 뇌새. 로이터연합뉴스·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캡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여기저기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찌르레기, 되새, 휘파람새가 부르는 노래들이다. 종종 박쥐가 센터 서클 위로 낮게 날기도 한다. 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 누에서 늦은 밤 경기가 끝난 뒤 침묵을 깨는 주인공은 다양한 새들이다.

영국 가디언은 19일 “바르셀로나는 아마도 구장에 사는 동물 숫자 조사를 수행한 후 경기장 야생동물 가이드를 제작한 세계 최초 주요 축구 클럽일 것”이라며 바르셀로나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 개발을 담당하는 조르디 포르타벨라는 “야생동물 가이드는 지역사회에서 구단이 해야 하는 역할, 구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포르타벨라는 환경운동가이자 시장 후보 출신이다.

바르셀로나는 오는 5월 홈구장 리모델링을 시작한다. 좌석을 9만9354명에서 10만5000명으로 늘리기 위함이다. 경기장 상부 스탠드 전체를 철거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포르타벨라는 “1957년 경기장이 지어진 이후 제비, 담비 등이 경기장 외부나 지붕 내부에 둥지를 틀고 있다”며 “작업이 완료되면 새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새로운 둥지 영역을 설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쥐가 우리 주위를 날아다니는 데 익숙하다.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공존”이라며 “인간과 동물이 마치 암묵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쥐 둥지는 바르셀로나 회장 등 고위층 좌석에 접근해 있다. 다른 새들도 경기장 지붕 아래 또는 근처 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다. 경기장 주변 생태조사에 따르면, 동물 35개 종이 이곳에 거주하며 그중 31개 종이 조류다. 파충류는 도마뱀 2개 종, 포유류는 박쥐 1개 종이다. 바르셀로나는 “위생 조치를 철저하게 해서 쥐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다람쥐가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경기장에 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포르타벨라는 “바르셀로나는 콘크리트 건물뿐만 아니라 나무와 녹지공간 등 경기장 주변 지역을 ‘바르샤 공간’으로 부르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르셀로나는 “‘클럽 그 이상(more than a club)’ 가치를 갖기 위해 야생동물 보호를 주요 어젠다로 추가했다”며 “그라운드는 축구 이외 시간에는 새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빅클럽 중 환경 변화를 완전히 수용한 클럽은 거의 없다. 바르셀로나는 영감을 얻기 위해 영국 세미 프로 축구단 다르트포드FC를 방문했다.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프린세스 파크 스타디움(4100석) 지붕은 단열을 개선하기 위해 초목으로 덮였다. 전기는 태양광 패널로 얻고 잔디에 물을 주기 위해 빗물도 모은다.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고 소음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은 기본이다.

한편 바르셀로나는 20일 생태적으로 새롭게 태어날 홈구장에서 열린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클라시코’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프랑크 케시에의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승점 68(22승 2무 2패)을 쌓은 바르셀로나는 2위 레알 마드리드(승점 56·17승 5무 4패)와 승점 차를 12로 벌리고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아직 정규리그 12경기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우승 경쟁에서 바르셀로나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의 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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