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서, 불안해서, 미세먼지 때문에…아직은 ‘예스 마스크’
전국 각지 버스 정류장선
대부분 마스크 쓰고 탑승
이동 거리 긴 광역버스도
40여명 중 3명만 ‘미착용’
“앞으로 마스크 안 챙길 것”
‘탈마스크’ 대세 목소리도
“어라, 오늘부터 마스크 벗는 날 아니었나?”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지하철에서 막 내린 박종석씨(29)가 검은색 마스크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조치가 해제된 첫날인 이날, 박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근길 지하철을 탔다. 하지만 이동하는 20분간 맨얼굴인 사람은 박씨를 포함해 한두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의무가 아니니 일단 마스크를 손에 들고 있었지만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이날 0시부터 버스·지하철·택시·비행기 등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조치가 해제됐다. 코로나19로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2년5개월 만이다. 그러나 전국 각지의 버스 정류장과 차량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오전 8시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버스정류장에 있던 시민 20여명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버스에 타고 내렸다. 같은 시각 대전 중구 낭월공영차고지 기점방향에서 대한통운 종점방향으로 향하던 620번 버스에서는 탑승한 10여명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1명에 불과했다.
탑승 시간이 길어 마스크 착용이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광역버스 내부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전 7시30분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종로구로 향하는 8100번 버스에 탑승한 40여명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은 3명뿐이었다. 해당 버스로 마스크 없이 출근길에 오른 김병구씨(42)는 “이동 거리가 길다 보니 그동안 마스크가 답답했다”며 “오늘은 첫날이라 다들 썼지만 앞으로 벗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익숙해져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는 이가 많았다. 서울지하철 을지로3가역에서 만난 이진수씨(27)는 “별다른 이유 없이 마스크 쓰는 게 익숙해서 벗을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천 마스크를 착용한 박모씨(79)는 “하도 오래 써서 불편하지도 않다”고 했다. 이날 중부지방을 뒤덮은 미세먼지 탓에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도 있었다.
코로나19나 호흡기 전염병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방역 원칙론자’도 꽤 있었다. 여전히 수천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인지라 사람들이 밀집한 출근길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벗기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로 출근하는 이정린씨(31)는 “야외활동을 할 때는 벗어도 밀집된 공간은 코로나가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했다. 8세 아이를 키우는 이지현씨(36)도 “가족들이 한 번씩 코로나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애한테 전염될까봐 불안해서 계속 마스크를 쓸 것 같다”고 했다. 보건당국은 혼잡시간대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머지않아 버스·지하철에서도 ‘탈마스크’가 대세가 되리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서울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장인 김모씨(37)는 “대중교통 내 착용의무도 풀렸으니 앞으로 마스크를 안 챙기고 다녀도 될 듯하다”고 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도보로 통근하는 박모씨(28)는 “갑자기 대중교통을 타야 할 때에도 마스크를 살 필요가 없어져 좋다”며 “앞으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지현·권기정·고귀한·강정의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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