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불 껐지만 속불은 연준…‘파월 입’에 촉각
불안 달랠 ‘메시지’ 낼지 주목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 불안 여파를 겪고 있는 국제 금융시장이 이번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리 인상폭도 관심이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를 어떻게 아우르는 메시지를 낼 것인지 ‘파월의 입’에 따라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21~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현재 연 4.50~4.75%인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연준은 지난해 고물가 대응을 위해 연이어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12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올해 2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인상폭을 줄여놓은 상태다.
2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이달에 베이비스텝을 단행해 미 기준금리가 연 4.75~5.00%에서 최종 금리 수준에 이르고, 6월에는 0.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물가 중에서도 한번 올라가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서비스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금리를 올릴 당위성은 충분하다. SVB 파산과 CS 사태 해결에 각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급한 불을 끄고 있는 만큼, 연준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물가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면서 고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소수 의견이지만 동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SVB 파산 사태가 결국 고금리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연준으로서는 금리 인상 지속과 은행권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금리 인상 중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간 ‘부족한 것보다는 과한 긴축이 낫다’던 연준의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따라서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단행하면서, 파월 의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 안정에 연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연준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는 강한 시그널을 주어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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