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전쟁 시나리오가 정면충돌하는 한반도

많은 시민들이 한창 봄나들이를 즐기던 지난 19일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 상공에서 핵무기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훈련을 주고받았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쯤 핵탄두용 기폭장치를 실은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을 동해 상공에서 터뜨렸고, 몇 시간 뒤 미국은 핵무기 투하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보냈다.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하는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긴장을 완화하고 나아가 평화를 회복하는 국면 전환책이 절실하다.
북한은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8~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전술핵 운용부대가 실시한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 내용을 공개했다. 첫날엔 긴급상황 시 상부의 핵공격 명령 하달·접수 등 신속전환 훈련을 한 데 이어 이틀째엔 전술핵 시험용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은 평북 철산군 발사장에서 800㎞를 날아가 동해 상공 800m 고도에서 폭발했다고 한다. 북한은 “폭발을 유도하는 조종장치와 핵탄두를 작동시키는 기폭장치들의 동작 믿음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성공 여부는 검증해봐야 하겠지만, 북한이 특정 고도에서 폭발 가능한 핵·미사일 탑재용 탄두부를 시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군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한 핵무기가 각각 580m, 500m 상공에서 폭발해 살상력을 극대화했음을 떠올리면 섬뜩하다. 사거리 800㎞는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미국은 지난 3일에 이어 16일 만에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격시켜 한국군과 연합 공중훈련을 진행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이 초음속 전투기는 핵무기를 최대 24개 탑재할 수 있다. 한국전쟁 때 미군 공습으로 초토화된 바 있는 북한으로선 가장 두려운 전략무기다. 미국은 ‘확장억제의 행동화’를 남북한 모두에 보여주기 위해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더 자주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13일부터 연합훈련을 이어온 한·미는 북한 지역 내 침투 작전을 상정한 대규모 상륙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한반도에서 이처럼 대결과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는데도 평화를 외치는 유의미한 정치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한국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도, 북한이 핵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다 비현실적이다. 작금 한반도는 핵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만에 하나 핵전쟁이 일어나면 죽는 사람들은 한반도 사람들이다. 정치권이 못하면 시민들이 나서서 평화를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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