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모스크바 도착 “요동치는 세계... 中은 러와 함께할 것”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입력 2023. 3. 20. 20:21 수정 2023. 3. 2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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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러시아를 국빈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인사들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TASS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오후 1시(현지 시각) 모스크바에 도착해 사흘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시진핑은 이날 브누코보제2공항에서 서면으로 발표한 연설문에서 “중·러의 정치적 상호 신뢰는 끊임 없이 깊어졌다”면서 “요동치고 변화하는 세계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과 양국 관계와 중대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중·러 전략적·실질적 협력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겠다”고 했다.

시진핑은 이달 초 열린 양회(兩會)에서 국가주석 3연임을 시작한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은 9번째이며, 2019년 이후 3년여 만이다. 푸틴은 지난해 12월 중·러 화상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에 러·중 연대의 공고함을 보여줄 것”이라며 시진핑을 자국으로 초청했다. 이번 방러에서 시진핑은 1년 넘게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해 중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에 맞서기 위해 중·러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시진핑과 푸틴이 20일 비공식 회동과 만찬을 갖고, 21일 대표단이 배석한 공식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두 정상은 양국 관계 강화 협정에 서명하고, 2030년까지 경제 협력에 관한 공동 선언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진핑은 이번 방러에서 ‘중국 모델’로 우크라이나 중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0일 중국이 중동의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중재해 외교 관계를 복원시킨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적극 개입해 국제사회에서 ‘피스메이커’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20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게재한 기고에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와 함께 자신이 발표한 글로벌 발전·안전·문명 3종 이니셔티브를 언급하며 “세계와 시대, 역사의 변화 앞에 중국 방안을 제공하게 됐다”고 했다. 또 지난달 24일 발표한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거론하며 “모든 당사자가 실용적인 대화와 협상을 고수하면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의 합리적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평화안은 교전 양측의 휴전과 평화회담, 주권 존중을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러시아의 점령지 포기·완전 철수 등의 내용은 담지 않고 있다.

20일 오후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항도착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TASS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20일자 중국 인민일보 기고에서 “위기 해결에 건설적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냉전 시대의 정치·군사적 연합보다 높은 역사상 최고점”이라면서 “양국은 급류 속 바위 마냥 어깨를 맞대고 있다”고 했다.

두 정상은 이번 기고에서 미국의 압박에 대해 공동 전선을 강화할 뜻도 밝혔다. 푸틴은 “서방 집단은 끊임없이 상실하고 있는 지배적 지위에 절망적으로 집착하고 있다”며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이중억제’ 정책을 채택하고, 미국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 모든 나라를 억누르려 한다”고 했다. 또 “서방이 국제적 주도권과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불법적 독자 제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진핑은 “오늘날 세계는 ‘백 년의 대변국’ 시기에 놓여 있다”면서 미국을 겨냥한 듯 “패권, 패도, 괴롭힘의 해악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백 년의 대변국은 주로 미국 등 서방의 쇠퇴와 혼란이 야기한 세계적 위기를 뜻한다. 시진핑은 “중·러 양국은 같은 길에 서 있다”면서 “일년춘작수 만사행위선(봄에 해야 할 모든 일을 미루지 말고 하자’고 했다.

시진핑이 방러 기간에 뚜렷한 중재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적 방관자’에서 ‘적극적인 중재자’로 역할을 바꿨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우크라이나는 중국의 중재 시도를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 지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유럽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이번 방러 기간에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평화를 촉진시켰다는 명분만 챙길 가능성도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이 푸틴과 만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방 국가들은 시진핑이 방러 기간에 러시아에 무기 제공을 합의하거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비밀 협의를 체결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에 전쟁 물자 지원을 적극 바라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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