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플랫폼·작가 `제로섬` 아니라 `윈윈` 구조 만들어야"
세계적으로 K-웹툰의 인기와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작가 처우 개선, 플랫폼 수수료 등 창작 생태계를 둘러싼 논란은 다른 콘텐츠 산업과 마찬가지로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웹툰은 플랫폼, CP(콘텐츠 사업자), 작가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해 키워나가는 산업인 만큼 공정한 생태계 조성에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웹툰 작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회당 컷수 제한, 추가 컷 수당, 플랫폼 유급 휴재권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웹툰산업, 연간 40% 이상 고성장= 웹툰 산업은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플랫폼 주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웹툰산업 매출액 규모는 약 1조5660억원으로 1년만에 48.6% 커졌다.
그러나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작가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들은 웹툰 창작자들을 위한 재단이 만들어졌고 수익 내역을 확인하는 정산 사이트 등이 있지만 업계 전체적 관행으로 자리잡지 않은 데다 여전히 '깜깜이' 정산을 받으며 창작하는 작가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또 플랫폼, CP사, 작가 등으로 구분되는 분업이 수익저하 요인이라고 지목한다.
◇"CP와 나누다 보니창작자 수익 줄어"= 웹툰 산업은 작품을 유통하는 플랫폼, 작가를 발굴하고 직접 제작 계약을 맺어 작품을 만드는 CP사, 작가 등 크게 세 주체로 나눌 수 있다. 플랫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플랫폼이 CP와 작가 등 창작자에게 돌려주는 정산율은 약 70%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플랫폼이 정산해 주는 매출을 CP사와 작가가 나누고 나면 창작자 수익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 웹툰 작가는 지난 9일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 산하 사회적약자보호분과에서 개최한 '웹 기반 플랫폼 프리랜서 간담회'에서 "웹툰 작가들의 수입이 적은 것은 플랫폼이 높은 수수료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플랫폼-CP-작가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반면 제작사와 플랫폼 측은 양질의 작품 제작과 이를 통한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분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CP사 관계자는 "어떤 산업이든 성장하려면 분업이 중요한데 플랫폼이 없다면 좋은 책을 만들어도 팔 책방(플랫폼)이 없는 것과 같다"며 "작가가 바로 웹툰을 업로드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 PD들이 작품을 CP사의 PD들과 검토하고 마케터들이 마케팅해 시장과 독자 규모를 키우고 현지화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웹툰은 작가와 CP사,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체계적 제작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수익과 흥행을 보장받기가 쉽지 않고 글로벌 차원의 수익도 발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플랫폼이 CP사에 투자하고 CP사가 다시 창작자와 예비 창작자들에게 투자하는 구조에서 플랫폼의 몫이 줄어들수록 장기적 성장에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결국 작가와 플랫폼이 몫을 두고 경쟁하는 형태가 아니라 플랫폼, CP사, 작가 등 세 주체가 헙업해 슈퍼 IP(지식재산권)를 만들고 이를 통해 거둬들인 수입이 다시 산업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웹툰 특성에 맞는 제도 통해 윈윈구조 만들어야"= 물론 한계도 있다. 웹툰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수많은 CP사가 생겨났고 작가와의 작품 제작계약 과정에서 2차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나 지나치게 높은 정산 수수료를 가져가는 등 일방적인 계약 사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웹툰 산업이 성장했지만 작가들은 근로기준법 등 일반적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사회적 보호에서 배제된 게 사실이다. 이에 플랫폼사들은 각종 무급 휴재 정책,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웹툰 업계에 적용될 표준계약서 등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웹툰 업계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프리랜서로서 작가의 특수한 노동 형태를 고려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웹툰은 일반적인 공산품 판매와 다른 시장이기에 유급 휴재권처럼 모든 작가가 노동 시간을 투입한 만큼 수익을 거둬야 한다는 접근은 시장 원리와는 배치되는 것 같다"며 "웹툰 작가가 본인이 저작권을 갖는 콘텐츠를 창작하고 흥행 결과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에 맞춰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미래 웹툰 산업이 누구 하나가 망해야 끝나는 치킨 게임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 흥행하는 윈윈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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