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인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뮤지컬 '질서'

정자연 기자 2023. 3. 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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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진보해왔다. 사회 시스템을 발전시키며 많은 물질적 풍요도 누리고 있다. 그러는 한편에선 여전히 과거와 무기만 다른 폭력이 일상화 돼 있다. 세계는 하나라고 외치지만 유불리에 따라 국경을 걸어 잠근다. 다시 묻는다. 인류는 진보하고 있는가. 

젊은 예술인의 눈으로 관찰한 오늘을 담은 극단호혈의 뮤지컬 ‘질서’가 유앤아이센터 화성아트홀서 다음 달 1일 오후 6시30분에 무대에 오른다.

극단호혈은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학부생과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음악극 창작 단체다. 극작과 작곡, 연출, 디자인 등을 직접 맡아 하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오늘날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신선한 음악극 창작에 힘 쏟고 있다. 

극은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 2030년의 한반도를 무대로 한다. 그 전쟁에서 전사한 청년 '한민국'은 검은 강 뱃사공의 인도에 따라 저승의 심판장에 선다.

이때 저승의 책임자 염라의 명령으로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사공의 일을 돕게 되고 그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망자들을 인솔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이승의 땅을 나누는 긴 선에 모순을 느끼며 탄식한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송다훈 극단호혈 대표는 “민족 해방과 뒤이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 등의 아픈 역사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신 분들이 계셨지만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한번도의 휴전 역시 70년째 이어지고 있다. 폭력은 일상이 되면서 평화의 흐름이 다시금 국경을 걸어 잠그며 신냉전이라는 역사의 수레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역사적 책무의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뼈아픈 문제의식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인 만큼 관객과 함께 완성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송 대표는 말한다. 극에 담은 이러한 문제 의식은 무대 위에 그대로 표출돼 관객과 그 감정을 나눈다. 그리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관객의 수많은 피드백으로 공연을 ‘완성단계’ 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극은 ‘인간의 옳고 그름을 어떤 기준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를 주요한 화두로 꺼낸다. 한 군인청년이 지켜야만 했던 국가의 질서와 개인의 양심과 죄의식 사이에서 고뇌하고 선택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음악극의 흐름도 주요한 볼거리다.

송 대표는 “분단 이후 우리의 70년이라는 긴 시간 폭력이 일상화된 오늘날을 다시금 살펴봄으로써,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또 어떠한 세상을 개척해 더 나은 세상과 옳은 세상을 후대에 선사할 수 있을지를 관객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상처를 보듬고 화해할 수 있는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고자 하는 극단호혈의 시도는 과연 관객과 함께 완성될 수 있을까.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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