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쓰촨성의 명장' 되어 돌아온 SEO ② "수원 팬 여러분,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베스트 일레븐=안산)
▲ 피치 피플
중국 슈퍼리그
청두 룽청
서정원 감독
서정원 감독을 만나니 반가운 감정이 밀려왔다. 중국 클럽 청두의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기도 했지만, 처음 겪었을 해외 지도자 생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두 룽청을 일약 신흥 강호로 만들어놓으며 찬사받는 분위기에서 웃으며 만날 수 있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청두 선수단을 이끌고 새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한국 전지훈련 중인 서 감독은 지난 2년간 중국에서 일구어 온 성과에 대해 무척이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그 그 자부심은, 올해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작용하는 모습이었다. <베스트 일레븐>은 지난 2년의 도전을 소탈하게 돌아본 서 감독의 얘기를 여러 편에 나눠 전한다. 또한, 떠난 후에도 여전히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수원 삼성과 관련한 솔직한 심정, 그리고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의 선임과 관련한 견해도 전하겠다.
※ 인터뷰 장소에 협조해주신 안산 그리너스 구단 측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①편에서
수원 팬들에게 전하는 간곡한 바람, "힘이 되어주세요"
Q. 이제 '외부인'이 되어 K리그를 보는 느낌이 색다를 것 같은데
"아무래도 2년 동안 청두에 모든 걸 쏟으며 집중하다 보니 K리그를 예전만큼 많이 챙겨보지는 못하죠. 중간에 한 번씩 소식을 접하는 정도입니다."
Q. 아무래도 수원 삼성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전에 맡았던 팀인 데다, 선수로서도 클럽의 레전드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정말 지옥 문턱까지 다녀왔었다. 밖에서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수원 삼성이라는 팀은 제가 선수와 지도자로서 십수 년을 몸담아 온 팀이죠. 수원을 잊는다는 건 말이 안 될 것 같아요. 당연히 뭔가 감정이 남아있고, 관심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수원 경기를 종종 지켜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도 그렇고 이렇게 흘러가는 걸 지켜보는 게 상당히…. 예, 편하지 않아요. 맞습니다. 지금은 제가 다른 팀의 감독이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정말 착잡하고 마음이 아픈 건 사실입니다."
Q. 이젠 다른 팀 감독이기에 말하기 조심스럽겠지만, 그래도 묻겠다. 수원을 떠난 후 팀에 두 명의 후임 감독이 자리했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정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싸움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음…. 제가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는 아닙니다. 일단 모든 면이 정말 힘든 상황인 것 같아요. 올해도 이제 세 게임했잖아요. 이제 시작이고요. 그리고 우리 수원은 전통 있는 팀이라는 걸 선수들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니, 향후 경기에서 다시 일어서지 않을까 생각해요. 분명히 그리 할 거라 믿고 있고요."
Q. 최근 이병근 감독을 비롯해 옛 동료, 제자들과 만났었는데 무슨 얘기를 해주었는지
"휴가 때 잠깐 전지훈련 캠프에 가서 만나 얘기를 나눈 정도입니다. 사실, 지도자의 마음은 다 똑같잖아요. 제가 이 감독의 마음을 100%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잘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선수들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가 관건일 텐데 그 점에 대해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얘기해줬습니다."
Q. 한 3년 전 염기훈과 인터뷰를 했었다. 염기훈은 "만약 성적이 좋지 못해 팬들에게 혼나는 일이 있더라도, 수원 감독은 꼭 하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수원 선수들의 충성심은 타 팀에 비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래요. 제가 수원에서 뛰면서 이 팀에 정을 둘 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팬들에게 정말 큰 사랑을 받았거든요. 팬들이 뽑은 상도 여러 번 받았고, 구단 나름대로 레전드들에게 배려하는 것도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포터의 열정과 관심은 제게 정말 크게 다가오는 요소였죠. 좋을 때도, 힘들 때도 팬들은 늘 그 자리에서 함께해주시는 분들이죠. (염)기훈이도 아마 그런 점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팬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지금 가장 힘들 때, 옆에서 묵묵하게 지켜보고 있는 팬들의 응원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어요. 제가 감독일 때도 선수들에게 '어찌 이런 팬들 앞에서 나태해질 수 있겠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었죠. 저는 그래서 이번에는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 팬들이 정말 힘이 되어주셔야 한다고 봅니다. 이럴 때 힘이 되어주어야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수들에게 진심이 담긴 용기를 불어넣어 주십시오.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세요. 선수들이 힘들 때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실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팬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더 큰 소리로 응원해주신다면, 우리 선수들이나 스태프들이 더 분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그럴 것이다? 재단하지 말고 지켜보자"
Q. 다른 이슈로 화제를 전환하겠다. 1994 FIFA 미국 월드컵 당시 선수로서 대결했던 위르겐 클린스만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었는데
"선수로서 정말 스타였죠. 지도자로서도 나름 커리어가 있는 분이고요. 우리 대표팀 감독으로 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잘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들고요. 저는 우리 선수들이 예전보다 세계 수준에 더욱 근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점을 잘 접목해서 지도하시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봅니다."
Q. 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감독으로서, 한국 생활을 하게 된 클린스만 감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주고픈 조언이 있다면?
"가까운 중국에서 선수를 지도하고 있지만, 확실히 나라마다 선수들에게는 문화나 습관이 다르더라고요. 분명 무시 못 할 요소입니다. 그래서 우리 코치들이 옆에서 많이 얘기해주었으면 합니다. 갓 한국에 온 상황이라 분명 우리 선수들의 특성은 잘 모를 겁니다. 그래서 선수 개개인별로 특성이나 습관, 성격, 심지어 버릇까지 얘기해줘야 한다고 봐요. 클린스만 감독 역시 독일인이기 때문에 독일인 나름의 성격과 습관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것 역시 고려해서 우리 한국 코치들이 잘 어드바이스해주었으면 좋겠어요."
Q.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관련해 팬들의 반응이 갈리고 있는데
"저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미디어도 마찬가지일 거고, 팬들도 그럴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저 겉으로 보이는 커리어만 가지고 각자의 시각에서 얘기할 뿐이죠. 그런데 이건 짚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사람은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은 틀렸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접해보지 않고 무조건 재단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어느 사람이건 간에 겉으로만 보면 모르잖아요? 전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과정으로 팀을 만들어 나가는지 일단 지켜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정된 마당에 섣부르게 재단하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모처럼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팬들에게 남기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중국 팀을 이끌고 한국에 와서 전지훈련 하는 게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한국 팀과 연습 경기를 가지는 것도 정말 즐겁고요. 덕분에 한국 팬들에게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어찌 보면 늘 한국 축구계에 있다가 갑자기 2년 동안 사라진 느낌도 드는데, 그래서 중국에서 열심히 노력해 제가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게 우리 팬들을 위해서도 가장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변함 없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 팬들께서 K리그를 더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합니다. 요즘 운동장에 정말 많이 팬들이 찾아주시는 걸 봤습니다. 분명 우리 선수들이 그 열기에 보답할 겁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안산 그리너스·한국프로축구연맹·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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