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로… 헤지펀드, KT&G 단기이익만 노려

신하연 2023. 3. 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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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자사주 3000억원 매입
배당금 5900억 확대" 밝혔지만
FCP·안다운용, 배당 확대 요구
전문가 "중장기 성장 해칠 우려"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KT&G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KT&G 주총에서는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 및 취득 △사외이사 증원 및 선임 등 안건을 놓고 경영진과 행동주의 펀드 간 치열한 설전이 예상된다. 현재 KT&G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7.44%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지분 5% 이상 들고 있는 주주는 글로벌 투자자문사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지난해 6월 말 기준 7.12%), 중소기업은행(6.93%) 등이다. 소액주주 비율은 전체의 65.3%다.

뚜렷한 지배주주 없이 이사회가 중심이 돼 이끌어가는 구조인 만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가 파고들어 소액주주를 결집하고 표 대결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분석된다.지난해부터 KT&G를 집중 공격하고 있는 사모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은 각각 KT&G 지분을 1% 남짓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FCP는 주당 1만원 배당과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등을, 안다운용은 주당 7867원 배당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

앞서 KT&G 측은 지난 1월 투자자설명회(IR)를 통해 중장기(2021~2023)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올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확대(5900억원)를 이행할 것이며, 올해 말 주당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일각에서는 단기수익을 중시하는 인센티브 체계 등으로 인해 이들 펀드의 주주권 남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지 않은 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할 경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야기 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기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꼭 회사의 장기 성장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이날 FCP와 안다운용의 배당 확대 요구에 대해 "이미 KT&G가 꾸준히 배당 정책을 이어온 가운데 (사모펀드의 주주제안은) 중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으로 무리한 수준의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지속성 있는 주주행동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소위 '먹튀'를 염두에 둔 주주제안으로 비출 수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측이 요구하는 KGC인삼공사의 분리 상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안다운용이 대전지방법원에 인삼사업부문 인적분할의 건을 KT&G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이번 주총에는 해당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해당 인적분할은 법률에 위반되거나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으로 이를 의안으로 상정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 정당하다"는 게 법원 측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사모펀드 측이 인삼사업 관련 전문성이 없는 인물들을 KGC인삼공사 대표이사 및 사외이사 후보로 거론, 인적분할 후 이사보수의 한도를 100억원으로 책정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100억원은 KGC인삼공사 영업이익의 약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KT&G의 100% 자회사인 KGC인삼공사는 지난 1999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분리됐다. 당시 1200억원 규모였던 KGC인삼공사의 매출액은 지난해 약 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20여년 만에 10배 넘게 증가하는 등 알짜 사업 부문이다. 사모펀드들의 주장대로 분리 상장 시 모기업과 분리기업의 가치가 모두 제고될지도 불투명하다.

앞서 KT&G 측은 인삼공사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필요한 KT&G의 자금력, 독립 상장 시 시가총액 축소로 인한 투자금 조달의 어려움, 분할상장 과정에서 발생할 세금 부담 등을 제시하며 분리 상장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황금알을 낳는 알짜 자회사를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이슈 전반을 검토했을 때, 현재 주주제안 측(사모펀드)의 주장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또 "KT&G 이사회는 2022년 주당 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수준의 배당금을 제안했고, 이는 회사의 지속적인 배당 정책과도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KT&G 이사회와 FCP, 안다운용이 현재 일제히 전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는 만큼 누가 소액주주의 공감대를 얻느냐가 주총에서 승패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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