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 첨단산업 육성, 목숨을 걸어야

2023. 3. 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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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던 시절은 지났다. 지능화시대에서 반도체는 산업의 뇌다. 2000년대 인터넷의 개막 이후 2010년대의 스마트폰 혁명을 지나 2020년대는 인공지능이 사회의 전면으로 나왔다. 이런 발전 경로에서 반도체는 소통의 수단으로부터 관계의 수단을 넘어 사고의 수단으로 진화하였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반도체의 DNA는 고등생물이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다.

뇌가 인체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2%에 불과하지만 혈액의 20%를 공급받아 쓴다.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반도체도 그렇다. 세계 반도체산업 규모는 약 6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식품시장 7조 달러, 자동차시장 3조 달러에 비교하면 그리 대단한 숫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반도체산업의 육성에 사활을 건다. 왜냐고? 몸은 운동하면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뇌는 만들기 어렵듯 반도체를 만드는 게 웬만한 노력으로는 가당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중국 EU 일본 대만 모두 반도체산업을 최고의 전략산업으로 꼽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반도체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계속 떠돌았다. 실제로 지금의 추세로 가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7.7% 에서 2030년에는 15% 이내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런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는 정책이 나왔다.

며칠 전인 3월 15일 대통령 주재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나온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과 국가첨단산업 벨트 조성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략과 계획들에는 세계 각국이 첨단산업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미래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기업의 투자와 노력에 걸맞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대담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며 그것도 최단기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금번 구상에서 제시된 6개 국가 첨단산업인 반도체, 미래차,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로봇 부문에서 민간투자만 550조원에 이른다. 2023년 국가 예산이 639조원이다. 거의 국가 1년치 예산을 쏟아 붓는 사업이다. 기업으로서는 성패가 달린 비즈니스다.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가 최대한 효과를 발휘하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때 스스로 '영업사원 1호'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구상에서 대통령은 그냥 '사원 1호', 공직자들은 '사원 2호'가 되면 좋겠다. 사원같이 기업을 도와주면 좋겠다. 그 보답은 매출과 수출, 세금과 일자리, 주가와 배당, 후손을 위한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공직자들은 명예를 먹고 산다. 사원으로 일하고 명예를 받는 것이 공직자의 보람이다.

이번 구상은 화끈하다. 투자 규모가 그렇고 정부의 의지가 그렇다. 이 화끈함이, 이 열기가 여름 한 시절 불볕더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속 혁신의 군불을 때워라. 군불이 모여 큰 불이 되고 큰 불이 모여 대한민국을 훨훨 태우는 창의와 혁신의 용광로가 되길 바란다. 그 용광로에서 밝은 미래의 불빛이 계속 흘러나오게 하라. 그 불빛을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비추게 하라. 그래야 일하는 맛이 난다. 사는 맛이 난다.

이번에 선정된 첨단산업 말고도 다른 첨단산업들도 많이 있다. 정확히는 모든 산업 부문에 첨단기술이 있고 이들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그렇지만 이번에 거론된 6개 분야는 시급성과 파급효과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정되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 주목을 받는 분야는 역시 반도체산업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국 반도체산업이 메모리 중심에서 비메모리, 파운드리까지 다양한 생태계를 이룩하고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가진 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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