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제2의 루시우' 보인다…"윙어로 변장한 수비수"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이탈리아 입성 1년 만에 리그 최정상급 센터백으로 발돋움한 김민재(27, 나폴리)이지만 '성장세'는 여전하다. 예의 철벽 수비는 물론 공격 포제션에서도 연일 날카로운 기량을 뽐내고 있다.
김민재는 20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22-23시즌 세리에A 토리노와 2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 4-0 대승에 한몫했다.
명불허전. 올 시즌 팀 실점 1위(16실점)에 빛나는 나폴리 포백 위용은 꾸준했다.
주전 레프트백 마리오 후이 대신 마티아스 올리베라가 왼 측면을 맡았지만 올리베라-김민재-아미르 라흐마니-조반니 디로렌초로 구성된 후방은 이번 시즌 공식전 17번째 무실점 승리를 합작했다.
군계일학. 김민재는 개중에서도 발군이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이날 김민재는 태클 성공 2회, 걷어내기 3회, 가로채기 4회를 수확했다. 패스 성공률도 90%로 빌드업 역시 눈부시게 수행했다.
'공격하는 수비수' 지위를 욕심내는 모양새다. 토리노전에서 폭발적인 주력으로 추가골 기점 노릇을 해 현지 언론 찬사를 끌어냈다.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34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패스를 건네받은 김민재는 왼 측면을 따라 그대로 공을 몰고 질주했다.
토리노 주전 스트라이커 안토니오 사나브리아, 운동능력이 뛰어난 풀백 윌프리드 싱고가 따라붙었지만 허사였다. 김민재는 페널티박스 왼쪽까지 침투한 뒤 러닝 크로스를 올렸다.
크로스는 상대 수비수에게 커트 당했다. 그러나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 팀 동료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점수 차를 벌렸다. 팀 내 센터백이 적진에서 만들어낸 '균열'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델로스포르트는 김민재 돌파 장면을 주목하며 "(아마) 나폴리 센터백은 수비만 하기 지루했던 것 같다"면서 "일순 윙어로 변신한 뒤 상대 왼쪽 라인을 따라 환상적인 질주를 보였다. 수월히 가속하면서 팬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고 호평했다.
적진을 향한 시원한 스프린트가 김민재 시그니처 무브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나폴리 관중은 홈구장에서 김민재가 전진 드리블을 보일 때마다 커다란 환성으로 화답한다.
지난 16일 프랑크푸르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도 그랬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분야 원조 격인 루시우(45, 브라질) 모습이 얼핏 보였다. 현역 시절 바이에른 뮌헨, 인테르 밀란 등에서 세계 최고 센터백 중 한 명으로 활약한 루시우는 당당한 신체조건(키 188cm)을 바탕으로 한 대인방어도 뛰어났지만 기민한 공격 가담으로도 인지도를 높이 쌓았다.
정교한 롱패스로 후방 빌드업을 시도하거나 전진 드리블로 공을 직접 운반하는 등 '뒤에서 풀어 주는' 역할에 능통했다. 큰 키와 준수한 운동능력을 활용한 헤더 득점도 일품. A매치 105경기 4골, 클럽 447경기 34골로 상당한 득점력을 뽐냈다.
그야말로 유럽 축구계를 매료시킨 김민재다. '빗장수비'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이적 첫해 리그 26경기 2골 1도움으로 활약하고 있다.
축구 통계 업체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올 시즌 첫 25경기에서 평균 평점 7.52를 기록했다. 세리에A 전체 7위, 수비수 중에선 1위다. 잉글랜드로 떠난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31, 첼시) 지난 시즌 평점이 7.49였다.
올여름 4대리그 빅클럽이 김민재를 주시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이상 잉글랜드)을 필두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참전했고 대표팀 선배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 홋스퍼까지 재도전 의사를 띄고 있다.
영국 매체 풋볼인사이더는 "소식통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번 여름 다시 김민재를 영입하려 한다"면서 "선수 바이아웃 금액은 4300만 파운드(약 687억 원)인데 토트넘은 김민재 영입을 두고 맨유와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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