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러시아 병합 9주년 기념하는 크림반도의 러시아인들

이규화 2023. 3.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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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사람들이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가스포트 산 근처의 한 모터사이클클럽 마당에서 열린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 9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타스 연합뉴스

지난 18일은 공식적으로 크림반도(크림자치공화국)가 러시아연방에 병합된 지 9주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은 2014년 3월 18일 모스크바에서 크림공화국 지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 편입 문서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물론 미국을 포함한 EU(유럽연합)와 일본, 한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크림반도의 러시아인들은 대대적으로 러시아 편입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림반도를 예고없이 방문했습니다. AP와 AFP, 로이터 등 외신들은 러시아 현지 방송사가 공개한 TV영상을 토대로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서남부의 최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까지 직접 차를 운전해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날 개교한 어린이 센터와 미술학교를 둘러봤습니다.

하루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 이주시킨 책임을 들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ICC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에서 러시아 연방으로 (아이들을) 이동시켰다는 전쟁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장 강제력이 러시아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러시아는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이 아닙니다. ICC의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는 ICC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ICC의 결정은 '법적으로 무효'라고 밝혔습니다. ICC의 혐의 역시 부인했습니다.

러시아도 아동의 이주에 대해서는 시인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아동 2000여명을 보호자 없이 러시아로 이주시켰음을 러시아는 시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그 수가 1만6000명에 이른다고 주장합니다. 아동 이주에 대한 ICC와 러시아의 주장은 상반됩니다. ICC는 '아동 유괴'에 가까운 전쟁범죄로 보는 반면, 러시아는 전장에 버려진 무연고 아동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전후 보다 객관적 조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겁니다. 문제는 보호자가 없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뿐 아니라 서유럽으로도 상당수가 이동됐고, 이들 중 상당수가 행방이 묘연하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추잡스러운 억측도 나오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푸틴은 ICC에 의해 체포영장이 떨어진 다음 날 크림반도를 방문해 그것도 어린이 관련 시설을 방문해 서방을 비웃었습니다. 크림반도 사람들은 푸틴 방문을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크림반도에는 러시아 병합 전 우크라이나계가 25%가량 거주했으나 병합 이후 떠나고 현재는 10%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사실 크림반도는 18세기 후반 예카테리나 여제 시절 이래 러시아제국의 영토였습니다. 그러다 1954년 흐루쇼프가 소련연방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를 배려해 우크라이나 영토로 편입시켜줬습니다. 때문에 러시아는 옛 영토를 돌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주민투표를 통해 절대다수(2014년 갤럽 조사 82.8% 찬성)가 러시아연방 편입을 원했기에 '자발적 귀속'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 위반입니다. 이런 식의 영토 귀속이 합법이라면 세계 곳곳에서 영토 분쟁이 일어나 바람 잘 날 없을 겁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돌려받아야 이번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가 장악한 동부 돈바스지역까지 급속도로 러시아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미 러시아 영토로 고착돼가는 크림반도를 돌려받기는 매우 어려울 전망입니다.

러시아계 위주의 250만명의 크림반도인들 절대 다수가 러시아에 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분위기는 병합 9주년 행사를 축제로 즐기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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