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좋아하는 한국 MZ세대, 강제동원 해법은 달랐다

한겨레 2023. 3. 20. 18: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고]

[기고] 이문영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교수

윤석열 정부는 이번 강제동원 해법이 ‘미래’를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미래세대’, ‘미래지향’, ‘미래기금’ 같은 용어가 전면에 나섰다. 국내 일부 일본 전문가는 한국 엠제트(MZ)세대의 유난한 일본 사랑에 기성세대의 낡은 반감이 방해돼선 안된다고 말한다. 일본 언론도 거든다. <산케이>는 ‘반일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문화를 즐기는 ‘예스 재팬 세대’가 한국에 존재한다’며 ‘한국 20대의 51%가 강제동원 해법을 지지했다’고까지 주장했다. 모두 사실인가. 통계를 통해 확인해보자.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의 ‘겐론 엔피오(NPO)’는 2013년부터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를 실시해왔다. 결과를 보면, 한국 엠제트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일본을 훨씬 더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일례로 2021년 한국인(평균)의 일본 비호감도는 63.6%, 20대는 그보다 20%포인트나 낮은 43.1%, 30대는 59%였다. 20대의 경우 호감도(29.9%)도 평균(20.4%)보다 10%포인트나 높고, 심지어 2019년에는 호감도(41.9%)가 비호감도(33.9%)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조사 기간 전체 모든 세대를 통틀어 유일한, 매우 이례적 결과다. 한국 엠제트세대, 특히 20대의 일본 선호는 확실하다.

그렇다면 역사문제는 어떨까. 일본을 좋아하니 역사문제에도 관대할까? 아니면 고리타분한 역사문제엔 아예 관심이 없을까. 2021년 한국인의 51.6%가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 1순위로 ‘위안부, 강제동원 등 역사문제’를 꼽았다. 그렇다면 2030은? 20대의 51.5%, 30대의 51.9%가 역사문제 해결을 마찬가지로 1순위로 꼽았다. 역사에 전혀 무관심하지 않다.

그렇다면 역사문제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2017~18년 조사를 보면,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부정 평가는 20대 79.1%, 30대 82.3%로, 한국인 평균 75%보다 오히려 높았다. 또 해법과 관련해 ‘(2015년 합의 폐기와) 재협상’이라는 가장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이 전 세대를 통틀어 2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평균 48.2% : 20대 55.1%).

강제동원 이슈도 마찬가지다. 2018년 일본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한국의 지소미아 맞대응 등 역사-경제-안보가 연계된 복합갈등으로 한일관계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세대별로 정리한 것이다.

그래픽_전가영 소셜미디어팀

모든 항목에서 한국인 평균보다 20대는 약간 낮고, 30대는 약간 높다. 즉, 강제동원 이슈와 관련해 기성세대와 2030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고, 30대의 경우는 더 강경하다. 이번 강제동원 해법과 직결된 문항도 마찬가지다. 관련 2020~2021년 조사의 평균을 내보면, ‘한국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강제집행이 이뤄져야 한다’에 대한 20대, 30대, 전체 찬성 비율은 각각 31.3%, 33.4%, 34.4%였다. 2030이 약간 낮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2030도 이 안을 해법 1순위로 꼽았다.

특히 20대의 경우,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협정에 배치되므로 일본기업이 따를 필요가 없다’를 선택한 비율(10.2%)이 평균(13.6%)보다 낮았고, ‘(일본기업이 아닌) 한국 정부가 보상한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평균 15.2% : 20대 14.0%).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미래를 위한다는 이번 강제동원 해법이 정작 미래세대의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젊은 한국인’은 아무리 일본이 좋아도 역사문제 역시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즐길 건 마음껏 즐기되, 따질 건 또 깐깐하게 따진다. 때로 기성세대보다 더 엄하다. 위안부나 강제징용으로 고통당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눈물은 청년세대 특유의 젠더·인권 감수성을 파고든다. 역사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 가치의 문제기 때문이다.

‘문화는 문화고, 역사는 역사지!’ 이 경쾌하고 쿨한 감각은 그간 모든 대일 정책자가 한목소리로 외쳐왔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역사·정치/문화·경제) 투트랙 전략’을 2030이 이미 일상에서 선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할 바 없이 높아진 국가 위상에, 김구 선생이 그렇게 소망하던 문화강국까지 이룬 현재, 한국 청년은 그만큼 더 당당하고 정의로운 역사를 원한다.

최근 여론조사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임성현, <매일경제> 2023년 3월8일치). 이번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한국인의 57.9%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2030은? 20대 60.1%, 30대 59.7%. 평균보다 높다. 이번 해법이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도 봉인한 참사라는 뜻이다. 전대미문의 외교 참사를 젊은이들을 팔아 정당화하지 말라. 젊은이들을 희생한 참사는 이미 충분하다. 부끄럽지 않은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