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가장 계획 살해한 母子…조모 “살인범 된 손주 어쩌나”

檢, 아내와 아들에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 구형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50대 가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아내와 10대 아들이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구형 받았다. 피고 측은 후회 및 반성을 거론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존속살해, 사체손괴,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 A씨와 B(15)군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각각 피해자 C(50)씨의 아내와 아들이다.

이날 검찰은 A씨의 혐의에 대해 "계획적 살인 범죄를 진행하기 위해 A씨는 제초제를 준비하거나 신경제를 C씨에게 투약하는 등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면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아들 C군에 대해서도 반성하지 않거나 원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피해자 C씨의 모친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고 믿기지 않았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아들이 왜 죽었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부모를 잘못 만나 살인범이 된 손주(B군)는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다. 자기 자식을 살인자로 만들고 반성문을 쓰는 A씨를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A씨와 B군은 유가족에게 사죄 드린다는 취지의 말을 최후진술에서 반복했다. 피고 측 변호사는 "A씨는 혼인기간 동안 C씨와 심한 갈등이 있었으며 자신의 아들인 B군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선 후회하고 반성하는 중"이라면서 "B군은 중학교 3학년으로 판단 능력이 미숙한 상태에서 범행한 점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달 14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 사건은 당초 아들인 B군의 단독 범행으로 알려졌던 바 있다. 경찰 초기 조사 과정에서 B군이 "평소 아버지(C씨)의 가정 폭력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A씨)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재조사 및 재판 과정서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달랐다. 먼저 A씨가 작년 10월18일 대전 중구에 있는 집에서 잠든 남편 C씨의 심장 부근을 부동액이 든 주사기로 찔렀다. 깨어난 C씨가 저항했으나 A씨와 B군이 각각 프라이팬과 흉기를 휘둘러 끝내 살해했다. 부검 결과, C씨는 폐 손상에 이어 두개골이 함몰됐으며, 체내에선 수면제 및 독극물까지 검출됐다.

이외에도 아내 A씨는 남편 C씨를 수 차례 폭행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작년 9월18일 소주병을 C씨에게 남편에게 던쳐 상해를 입힌 혐의, 이틀 후인 작년 9월20일엔 소주가 든 주사기로 잠든 C씨의 눈을 찌른 혐의 등이다.

수사 결과, A씨는 평소 자신의 언어장애와 관련해 자격지심을 지녔던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전날에도 A씨는 아들 B군에게 "네 아버지가 나를 너무 무시한다"면서 범행에 가담시킨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