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치의가 뜬다] 챗GPT 넘어선 `닥터앤서2.0`… 의료 사각지대 없앤다

안경애 2023. 3. 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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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병원·혁신기업 의기투합
위·간암·뇌경색 등 24개 솔루션 개발
상용화 땐 의사 부족 병원에 큰 도움
지역보건소 접목, 의료질 향상 기대도

챗GPT발 초거대 AI, 생성형 AI(인공지능) 바람이 불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AI 상용화에 도전하지만 AI의 품질과 부정확성 문제는 여전하다. 오픈AI가 최근 발표한 초거대 AI 최신 버전 'GPT-4'조차 어려운 대학 입학시험 문제는 척척 풀면서 사칙연산에서 헤맨다.

이런 가운데 의료현장에서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이들이 있다. 국내 수십개 병원과 기술기업 전문가 수백명이 힘을 모아 'AI 주치의'를 개발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30개 병원과 19개 국내 데이터·AI 헬스케어 기업이 참여해 24개 의료AI SW를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닥터앤서2.0' 프로젝트다. 챗GPT가 대중화에 성공한 AI라면, 이들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AI를 개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는 2018년부터 3년간 '닥터앤서1.0' 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낸 데 이어 2021년부터 내년까지 380억원을 들여 2.0 사업을 진행한다. 총 400명 가까운 이들이 참여해 위암, 당뇨병, 폐암, 간암, 고혈압 등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24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의료만큼은 챗GPT보다 우리가 앞선다"=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이면서 의료AI 스타트업 뉴냅스를 경영하는 강동화 대표는 "챗GPT도 훌륭하지만 질병과 의료 지식은 우리가 앞서 있다. 닥터앤서 사업을 통해 뇌경색 발병시간을 예측하는 AI SW를 개발하는데, 특화된 AI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의료AI 솔루션 기업 제이엘케이의 김동민 대표는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한계가 있다. 작은 차이만으로도 진단에 영향을 주고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의료현장에선 완전히 다른 수준의 AI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닥터앤서1.0에 이어 2.0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이엘케이의 모토는 '뇌 영역에서 세계적 게임체인저가 되자'는 것이다. 김 대표는 "뇌출혈은 5가지 정도 종류가 있는데 각각에 맞는 진단과 시술이 이뤄져야 한다. 뇌졸중에 정복하기 위해 뇌출혈과 뇌경색 진단부터 시술, 예후예측까지 전 과정을 돕는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롱민 닥터앤서2.0사업단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심장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챗GPT는 신문을 열심히 읽어서 답을 주는 수준이라면 우리는 최고급 지식을 가진 전문의에 준하는 AI를 만든다"면서 "일반 상식을 모은 AI가 깊은 의학지식을 모두 가지려면 앞으로도 수십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닥터앤서는 규모와 내용, 참여 병원, 연구진의 면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프로젝트다. 30개 대형 병원과 20개 가까운 AI 기업이 합쳐서 24개 AI SW를 짧은 기간에 개발부터 임상시험, 인허가를 거쳐 사업화까지 하는 것인데, 정부부처부터 의료·IT 전문가들이 하나로 뭉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AI, 환자의 의사결정도 돕는다=AI를 이용한 질병예측과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헬스 앱을 개발하는 라이프시맨틱스는 피부질환과 고혈압용 AI SW를 개발한다.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는 "의료인을 위한 AI뿐 아니라 환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AI를 선보이고자 한다. 지난 10년간 기술개발에 힘썼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사업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라이프시맨틱스가 하는 일을 후추나 와사비 같은 향신료를 만드는 일에 비유했다.

송 대표는 "통겨자와 와사비가 스테이크의 맛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경험을 하면 향신료의 가치를 더 잘 알게 된다. 우리가 만드는 기술이 의료현장에서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개발한 기술과 보험, 금융 등을 결합한 상품 개발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메디컬아이피는 의료영상처리 AI와 디지털트윈, 인체장기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해 질병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도전을 한다. 닥터앤서2.0에서는 간암 발생과 재발을 예측하는 AI SW를 개발한다. 방사선응용생명과학 박사를 받고 병원 현장에서 종사하다 2015년 메디컬아이피를 창업한 박상준 대표는 "우리나라는 의료와 엔지니어링에 강한데 해외에 가보면 그 강점을 실감한다. 실제로 의료현장과 협업을 해보면 임상의사들의 피드백이 강하고 빠르다. 그렇다 보니 신기술을 효과적으로 검증해서 기술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주어진 문제에 대해 훈련을 거쳐 답을 주는 수준이었던 AI가 생성 AI의 발전으로 복합적 문제에 대해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규제가 강한 의료분야에서도 생성AI로 해볼 만한 일이 많은 것 같다. 국가적 지원에 더해 기업들이 기술적 도전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인력 부족한 병원, AI에 도움 요청=기업들은 의료 AI 영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 정책과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동민 대표는 "정부의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제도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작년 12월 뇌경색 진단 보조SW가 지정돼 의료현장에서 비급여 처방이 가능해졌는데 이후 지방 2차 병원 등의 도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런 제도가 활성화되면 의료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병원들도 숨통이 트이고 기업들도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소아과에 이어 의사 부족이 예상되는 신경과와 영상의학과에서 AI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짚었다.

강동화 대표는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을 환영한다. 그런데 인허가 허들을 더 낮췄으면 한다"면서 "대신 의료현장에서 효과와 삶의 질 향상 여부를 증명하는 사후조치를 강화하면 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많은 경험을 쌓고 필요한 데이터를 빨리 모을 수 있다. 허가규제 완화의 후폭풍을 걱정할 수도 있지만 부작용이 적은 영역은 접근을 달리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승재 대표는 "닥터앤서 사업을 통해 과기정통부와 NIPA가 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등과 협력해서 없던 제도나 사례를 만들어냈다. 부처간 협력이 시장에 주는 효과는 매우 크다"면서 "최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내에 '혁신계정'을 신설해 혁신 의료기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의도에 맞는 실행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열 과기정통부 AI기반정책관은 "닥터앤서2.0을 사업화와 기업 이윤창출, 글로벌 수출로 이어가야 한다. AI 일상화 측면에서도 닥터앤서 개발 결과물이 취약계층, 보건소 등에 접목돼 쓰일 수 있게 하겠다"면서 "개발된 AI SW가 의료현장에 더 효과적으로 확산되도록 '닥터앤서 클리닉' 사업을 전개하고 해외 수출에 나서는 동시에 현장에서 입소문이 날 수 있게 힘쓰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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