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당사자 기시다 총리, 소녀상 철거 청구서 내밀까
강제징용 배상 다음 현안 되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는 일본 매체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 문제가 일본의 ‘다음 청구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함께 합의문을 발표한 당사자다.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양국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키로 했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란 표현이 합의문에 포함됐고,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점과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에 관한 문구를 담아 ‘이면 합의’ 의혹이 제기된 점 때문에 ‘시대에 맞지 않는 밀실 협상’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017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를)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해 7월 위안부 합의 협상 과정과 합의 내용의 문제점 등을 검증하기 위한 정부 태스크포스(TF)가 공식 출범했다. TF는 같은 해 12월 결과 보고서를 통해 위안부 합의 당시 소녀상 문제와 성노예 표현 사용 등에 대한 이면합의가 존재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문 전 대통령은 결과 발표 직후 “(위안부 합의는)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면서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위안부 합의가 공식 합의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파기하지는 않았다.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정부 예산에서 출연된 10억엔으로 피해자 및 유족 지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2016년 7월 설립)은 TF 조사 결과 발표 후 기능이 중단됐다가 2018년 11월 결국 해산됐다.
일본 측은 위안부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아베 전 총리는 TF 조사 발표 직후 “위안부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의 당사자인 기시다 총리도 2021년 총리직에 오른 이후 형해화된 위안부 합의의 이행을 시종 주장했다.
한국 정부도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유효성은 인정해왔고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어 후속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당시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엔(당시 약 103억원) 중 남아있는 56억원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정부는 재단 해산 결정 이후인 2018년 일본 정부 출연금을 충당하기 위한 예비비 103억원을 편성했는데, 이 기금의 활용 방안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당시 양국이 합의한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는 내용에 대한 이행도 논의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이면합의했던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를 우선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0일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방일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고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있는 소녀상 혹은 위안부상을 철거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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