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평창의 꿈

2023. 3. 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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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두번째 동계올림픽 연 곳에
전국 풍력발전 10분의1 세워
세계 청정관광지 되리란 꿈은
5년만에 가뭇없이 사라졌다

"눈을 감고 떠올려봐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의 기운 그곳은 평창/눈이 부시게 하얀 설원 위를 달려가는 꿈, 힘찬 젊음의 노을 눈부시도록 빛나/아~ 언제나 우리 마음 머무는 그곳, 이제 달려가리라 희망의 땅으로/아~ 너와 나 기쁜 꿈이 하나 되는 곳, 그곳에서 올림픽의 꿈 이뤄지리라."(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주제가 '평창의 꿈')

나는 우리에게 평창의 꿈이 아직 있는지 묻고 싶다. 평창은 아시아 2번째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지역이고, 전 세계 8번째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지역이다. 평창은 전 세계 인류 모두가 함께 역사의 한 장을 쓴 곳이다. 전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곳으로 빼어난 자연환경의 세계적 청정 관광지이자 아시아의 동계 스포츠 명소라는 평창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에서 인구 4만1000명의 평창보다 작은 지역이 많이 있다. 프랑스 샤모니(1924년 인구 9000명), 미국 레이크플래시드(1932년, 1980년 인구 2600명), 노르웨이 릴레함메르(1994년 인구 2만6000명)는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제적 명소로 거듭난 대표적인 지역들이다. 샤모니, 레이크플래시드, 릴레함메르가 이룬 꿈을 왜 평창은 잃어버렸는가?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수려한 자연경관을 품은 시골마을 레이크플래시드는 1932년과 1980년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후 유명세를 타면서 빼어난 자연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199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는 주변의 아름다운 산과 스키를 즐기기에 적당한 기후조건으로 동계 스포츠의 명소로 알려지고, 연간 35만명이 찾아 매년 수백억 원의 관광수입을 올리는 북유럽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평창의 꿈은 왜 사라졌는가? 평창의 꿈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통계가 있다. 바로 전국 풍력발전 운영 현황이다. 2021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육상 풍력발전기 706기 중에서 강원도에 가장 많은 207기가 집중돼 있고, 그중에서도 평창에 가장 많은 75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한마디로 지금 평창의 꿈은 풍력발전 사업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2017~2021년 문재인 정부 5년간 평창에 허가된 육상 풍력발전의 신규허가와 사업준비연장허가 및 양수인도허가는 34건이나 된다.

단기적으로 풍력 사업을 통해 지역 개발을 하려는 지자체, 청정 지역 평창에 육상 풍력발전을 무리하게 보급하려는 정부, 그리고 풍력 사업으로 이권을 챙기려는 업자들 때문에 평창의 꿈이 사라진다면 이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최근 영국 사례를 살펴보자. 영국의 신임 총리인 리시 수낵은 육상 풍력발전의 신규허가를 사실상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새 총리는 신규허가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과의 협의'가 필수 요건이고, 지역 주민들이 제기하는 풍력발전의 어떤 부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경우에만 허가를 하겠다고 했다. 특별히 수낵 총리는 환경보호를 위해서 국립공원과 그린벨트만이 아니라 '빼어난 자연환경 지역(Areas of Outstanding Natural Beauty)'에서도 육상 풍력발전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지난 3월 16일 평창군청 앞에서는 지역 주민 300명이 모여서 주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풍력발전 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산림과 생태자연 1등급지의 파괴가 불가피한 풍력발전 사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평창 주민들의 풍력발전 반대 집회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처럼 평창을 '빼어난 자연환경 지역'의 하나로 지정하는 것을 제안해본다.

이제 우리도 세계적 청정 지역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겨울 관광지이자 동계 스포츠 명소로 희망의 땅, 우리의 기쁜 꿈이 하나 되는 '평창의 꿈'을 실현해야 한다.

[한상만 전 한국경영학회장·성균관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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