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예천에 미술관 세우려던 박서보 화백 꿈 무산... 설계 공모방식 등이 발목

박원수 기자 2023. 3. 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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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화백(가운데)과 김학동 예천군수(왼쪽)가 참석한 가운데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이 지난 2020년 8월 체결됐다. 그러나 미술관 설계를 위한 참여방식이 공모방식에다가 적은 설계비가 미술관 건립 무산의 결정타가 됐다. /예천군

경북 예천군이 수 년 동안 공들여 건립을 추진하던 ‘박서보미술관’이 결국 무산됐다. 박서보미술관은 에천 출신으로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박서보(92) 화백의 작품을 상설전시해 예천을 관광명소화 하려던 비장의 카드였다.

박서보미술관은 지난 2020년 8월 예천군과 박서보 화백과의 업무협약으로 윤곽을 드러냈다. 박 화백은 미술관 건립을 위해 자신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최근작까지를 망라하는 148점의 작품을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예천군은 박서보미술관을 건립해 인구감소로 쇠퇴 위기를 겪는 예천을 구겐하임미술관 건립으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스페인의 빌바오처럼 탈바꿈시키려 했다.

이후 박서보미술관 건립 계획은 2025년 개관을 목표로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하는 등 순조로운 듯했다. 사업비는 255억원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사업규모도 확정됐다.

그러나 미술관 설계에서 발목이 잡혔다.

애초 박서보 화백은 세계적인 건축가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페터 춤토르에게 설계를 타진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건축물 설계를 의뢰하려면 공모방식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고, 박서보미술관 역시 공모방식으로만 설계를 의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박서보 화백이 참여를 요청했던 페터 춤토르가 공모방식으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또 설계비 역시 최대 12억원만 책정된 상태여서 세계적인 건축가를 참여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박서보미술관의 공모방식과 부족한 설계비가 미술관 건립 초기 단계에서 사업을 좌초시킨 것이다.

예천군의 미술관건립TF팀 담당자는 “다른 건축가를 참여시키는 방안, 민간모금 등의 대안을 모색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아 박서보미술관 건립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러던 와중 지난 14일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 제주 부지에 가칭 ‘박서보미술관’의 기공식이 열림으로써 예천군의 박서보미술관 건립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자리에서 박서보 화백은 작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에서 큰 예산을 들여 공공미술관을 건립하는 일이 부담이라는 지적을 했다.

최근 자신이 폐암3기 판정을 받아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던 박서보 화백이 결국 고향 예천 대신 제주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 건립을 보게됐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예천의 원도심인 남산공원 등을 중심으로 박서보미술관을 건립하려던 계획이 무산돼 너무나 아쉽다”며 “공공건물에 대한 “공공건물에 대한 설계방식의 제한이 창의적 설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 것은 앞으로 다른 지자체에서 비슷한 시도를 하려는 계획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예천군은 곧 군의 미술관 건립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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