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일 관계 새 장 연 尹 대통령 방일

여론독자부 2023. 3. 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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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미중 경쟁, 북핵 고도화 등 정세 긴박
최악 한일 관계 복원은 마땅히 할 일
한미일 네트워크는 생존·번영에 필요
외교 문제 정치에 끌어들여선 안돼
[서울경제]

문재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한일 양국 정부간 합의 이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확정 판결하면서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빠져들었다. 청구권협정 협상 과정에서 양국은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자를 대신해 배상금을 수령하기로 합의했고 두 차례에 걸쳐 보상이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가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사법자제 원칙’에도 불구하고 국가간 합의 및 정부 입장과 다른 판결을 함으로써 심각한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 더구나 일부 세력들은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토착왜구’ 등 시대착오적이고 비이성적인 구호를 내세우고 ‘죽창가’를 부르며 갈등을 부채질했다.

한일 갈등은 과거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과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등 주로 역사 문제에 치중된 것과 달리 최근에는 외교와 안보 경제 분야까지 확대되고 또한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는 경색과 냉담을 넘어 거의 단절에 가깝게 방치돼 왔다.

국제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중 경쟁과 충돌이 격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유주의 진영 대 권위주의 진영간 대결 양상을 보이는 등 신냉전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은 핵을 고도화하고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발사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이 절실하다는 인식 하에 걸림돌인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윤 대통령은 다자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정상간 만남을 복원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을 수차례 만나 협의했다. 외교부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국회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 장관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을 만나 설득했다. 그리고 6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런 일련의 노력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정상 ‘셔틀외교’ 복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한일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한일 정상회담에 맞춰 경제분야 핵심 현안이던 수출규제 갈등도 봉합됐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고 한국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한일 안보대화의 조속한 재개, 경제안보협의체 발족 등 소통 창구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도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해 양국 교류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방일은 역대 최악으로 치달아 온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책임있는 정부라면 이웃과의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순 없는 것이고, 윤 대통령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2018년 이후 양국간 교역량이 감소하는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막대하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그저 어렵고 부담스럽단 이유로 방치한다면 피해는 양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과거에는 우리가 약소국 피해자였지만 이제는 당당히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을 정도의 크고 강한 국가가 됐다. 이번에 우리가 결단력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뎌 일본도 호응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비롯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다. 북한 핵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미중 패권 경쟁 아래 전 세계적 차원에서 공급망이 본격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일·한미일간 협력을 통한 경제안보 네트워크 구축은 국가적 번영은 물론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결코 온당치 않다. 윤 대통령의 방일을 경제회복과 대한민국 국운 상승의 호기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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