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까지 죽인 그곳 찾은 푸틴…“범인이 무덤 감상하나”

노지원 2023. 3. 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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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군이 초토화한 뒤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마리우폴을 깜짝 방문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지역을 푸틴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19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전날 밤에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동부 도네츠크주의 도시 마리우폴을 방문했다고 대통령실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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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러 대통령실, ‘현지 시찰’ 영상 공개
19일(현지시각)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이 공개한 영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서 동네 주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에프페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군이 초토화한 뒤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마리우폴을 깜짝 방문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지역을 푸틴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19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전날 밤에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동부 도네츠크주의 도시 마리우폴을 방문했다고 대통령실을 인용해 보도했다. 17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아동을 강제로 러시아로 데려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뒤 보란 듯 마리우폴을 방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데려간 아동의 상당 수가 마리우폴 출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직접 현지 시찰 영상까지 공개했는데,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대규모 공격으로 손에 넣은 지역을 ‘재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마리우폴은 이번 전쟁으로 가장 처참히 파괴된 곳 가운데 하나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겪은 고통의 상징이자, 우크라이나군이 아조우 철강공장에서 마지막까지 항전한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3월 마리우폴의 극장을 폭격하면서 민간인 최소 6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시민들은 극장을 대피소로 활용했다. 주민들은 건물 앞에 커다랗게 “아이들”이라고 적었지만, 러시아군은 이 극장을 산산조각냈다. 러시아는 폭격을 부인하며 우크라이나군을 탓하고 있다. 유엔은 러시아군 공격으로 마리우폴 주거지의 약 90%가 파괴됐다고 추정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마리우폴을 완전히 점령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친서방 나치 정권’이라고 주장하며 ‘핍박받는 친러시아 주민을 구원한다’는 선전을 강화하기 위해 점령 지역인 마리우폴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이 공개한 푸틴 대통령의 마리우폴 현지 방문 영상을 보면 18일 밤 푸틴 대통령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현지에 도착했고 재건이 진행 중인 도시를 둘러봤다. <비비시>(BBC)는 영상 속에 나온 곳들을 분석한 결과를 전하면서 그가 지난해 러시아군이 폭격했던 산부인과, 극장, 콘서트홀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영상 속에서 푸틴 대통령은 새로 지어진 듯 깔끔한 어린이 놀이터, 극장 등을 직접 찾아 하나하나 점검하는 것처럼 발을 굴러보고 극장 의자에 직접 앉아보기도 했다. 해가 져 어두운 밤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들 장소가 “도시 외곽”이라며 “도시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재건하는 데에는 20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날 마리우폴 방문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트위터에 “도둑답게 밤을 틈타 마리우폴을 방문했다”라며 “이는 안전하기 때문이다. 어둠은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수 있게 한다”고 꼬집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범죄자는 언제나 범행 현장으로 돌아간다. 마리우폴에서 수천명 가족을 살해한 범인이 도시와 무덤의 폐허를 감상하기 위해 돌아왔다. 양심 결여”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향후 2∼3주 안에 다른 우크라이나 도시들도 방문할 예정이다. 바로 전날 푸틴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방문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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