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도 안 하는데 왜 굽히나”…윤 지지자도 등 돌렸다
“일본인 마음 열고 국민 마음은 후벼 팠다”
‘식민지 콤플렉스’ 정진석 발언도 비판 이어져
“할 말을 못 한 것이 콤플렉스 극복한 건가”
정부 여당이 한·일 정상회담 이후 비판 여론을 차단하려 일제히 반박에 나섰지만 여권의 자화자찬성 평가가 도리어 여론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
20일 온라인상에선 대통령실의 자찬이 국민 여론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인 마음은 열고 대한민국 국민 마음은 후벼판다” “자국민 마음의 상처 주는 게 대한민국 대통령인가”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날 “외교가 상대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 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고 자평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 대변인은 일본 현지 호텔과 공항에서 직원들이 대통령 일행을 향해 손뼉을 친 일화를 전하며 “이 정도면 일본인 마음을 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탑골공원에서 만난 최모씨(78)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지만 이번 일은 정말 잘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이 반성을 안 하는데 왜 가서 그렇게 저자세로 굽히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모씨(83)도 “강제징용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하고 와버렸는데 결국 가나 마나 했던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날 오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제발 식민지 콤플렉스를 극복하자”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김혜진씨(45)는 “콤플렉스가 없다면 (일본에) 가서 당당하게 할 말은 하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할 말을 못 한 것이 콤플렉스를 극복한 결과라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없었던 일을 있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가해자가 인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 왜 피해자를 비난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아픈 역사를 ‘콤플렉스’라고 호도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김씨는 “(방일 성과가)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면 무엇이 득이고 무엇이 실이었는지 명확하게 말해주면 좋겠다”면서 “뭔가 엄청 잘 됐다고는 하는데 뭐가 잘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처럼 시민 안전과 밀접한 현안에서 한국 측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 중구에서 만난 자영업자 한모씨(56)는 “낚시를 좋아하는데 오염수 방류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해서 곧 회를 잡아도 못 먹을 것 같다”면서 “국가가 강하게 얘기를 하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날 정의기억연대는 규탄 성명을 내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당장 국민과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며 “자국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행동을 ‘걸림돌’이라고 폄훼했다”고 했다. 김 차장은 지난 18일 YTN 인터뷰에서 반대여론에 대해 “지금 길에서 집회하는 분들의 입장을 잘 검토를 해보면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입장을 주장하고 계시기 때문에 달리 얘기하면 지난 12년 동안 걸림돌로 작용했던, 그리고 불편한 관계에 있던 양국관계를 계속 방치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하고 등치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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