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태업이요? 현장 한 번이라도 와본다면 지금처럼 쓸 수 있을까요"
[인터뷰]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들
정규직이던 기사들 IMF 이후 외주화…해고 반복
월례비 구조도 극명화 "해선 안 될 작업시켜…타워 넘어갈 뻔"
노조가 무법지대 온상? 무법 속 질서 만들어왔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남색 작업복 점퍼를 입는다. 안전화를 신고 각반(바짓단 걸림을 막으려 발목에 차는 띠)을 한다. 타워크레인 임대사 로고가 새겨진 흰 안전모를 하고 목장갑을 낀다. 100m 넘나드는 상공을 매일 사다리로 오르는 타워크레인 노동자 옷차림의 전부다. 타워크레인 조종석까지 사다리 타는 데만 짧게는 10분 걸리는 높이다.
30년 넘게 타워크레인을 탄 정민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지난 10일 “현장에 한 번만 와 보고 말하라고 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지금 나오는 보도들 보면, 양쪽 확인도 안 하고, 우리에게 '왜 돈 뜯어가냐' 이렇게만 해 버리는 거거든요.” 건설현장에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부터 자리잡았던 월례비, 즉 성과금을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갈취'라 규정하는 언론에 대한 그의 평가다.

그는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탄압이 전례 없다고 했다. 건설노조 때리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9년 양대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가 소형 타워크레인 규제 강화를 요구하며 고공농성 파업을 벌였을 때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월례비'를 언급하며 건설노조를 '적폐' '횡포' 등 단어로 묘사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노조가 성과금(월례비)을 받지 않고 위험작업을 거부하며 52시간을 지켜 일하겠다고 밝히자 정부는 이를 '불법태업'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서울 대림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회의실에서 정민호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과 백순애 조합원을 만나 쏟아지는 언론보도에 가려진 타워크레인 노동 환경을 물었다. 32년차 타워크레인 노동자이자 건설노조 부위원장을 맡았던 백순애 씨는 “(언론이) 우리만 잘못인 양 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뻔히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노조 생기기 전, 새벽부터 새벽까지 잠은 타워에서
정민호 분과위원장은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의 꽃이라고 불렸다”고 했다. 타워크레인은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들어올리고 옮겨다 내려주는 장비다. 자재를 옮겨야 각기 작업이 시작되는 만큼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을 움직이는 중심 역할을 한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타워크레인 조종석에서 이를 조종한다. “63층이면 63층보다 더 올라야 하는 거고. 제가 가본 최고 높이는 130m예요.” 백순애 씨가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 출근한다.
언론은 '건설사 위 존재'로 묘사하지만, 타워크레인 노동자는 본래 종합건설사에 속한 직원이었다. 원청인 종합건설사들은 타워크레인을 보유하고 있었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도 직고용했다. 정민호 타워분과장은 1991년부터 광주 라인건설에서 일했다. 백 조합원은 1992년 20대 때부터 한양건설과 금호건설 등에서 일했다.

장시간 위험 작업은 당시에도 악명 높았다. “아침 7시에 올라가면 새벽 2, 3시까지 '공구리'를 쳤어요. 그럼 철야잖아요? 잠을 타워 위에서 자요. 한 두 시간 자고 내려와서 세수하고 또 올라가서 일하는. 그때 월급이 60만원. 아무리 92년도라지만 아주 적은 돈이죠.” 백순애 씨가 말했다.
'공구리'는 철근에 콘크리트를 부어 바닥을 만드는 타설 작업을 이른다. 정석대로라면 펌프카가 필요하지만, 업체들은 장비값과 공기(공사기간)를 줄이려 타워크레인 노동자에 주문한다. 현재는 성과금(월례비)을 지급하며 타워크레인에 맡기는 작업이다.
외주화 뒤 해선 안될 작업 '월례비'로…“타워 넘어갈 뻔도”
그러다 건설사들이 1990년대 후반 경영악화를 이유로 타워크레인 부서를 해체했다. 타워를 팔았고 타워 노동자들도 소속이 없어졌다. 건설사들은 이후 타워크레인 임대사로부터 기기와 노동자를 '빌려' 쓴다. “당시 크게 고민거리는 없었어요. 정규직에서 임대사로 소속이 바뀌더라도 크게 달라질까 했죠. 어떤 일을 당할지 전혀 몰랐고.” 정민호 분과위원장이 말했다. 비정규직이 없던 시절이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이때부터 임대사와 현장 근로계약을 맺고 일한다. 매번 다른 타워크레인을 배정받는다. 이들은 임대사와 계약하지만 건설사와 모든 전문건설업체(단종, 하도급 업체)로부터 지휘감독 받는다. 불법파견 논란이 이는 대목이다. 고용과 해고를 반복해 보통 1년에 3~6개월 실업 상태다. 건설노조가 지난 8~9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노동자 38.7%는 최근 실업대기 기간이 6개월~18개월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이른바 '월례비 관행'도 건설사 필요에서 비롯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작업을 해선 안 되거든요. 규정상 하면 안 되는 작업도 (성과금을 지급하고 시키는 것이죠). 거부하면 (건설사나 정부로부터) '타워크레인이 갑'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건설사나 철근콘크리트 등 전문건설업체들이 공기을 앞당기기 위해 해선 안 될 위험추가 작업을 주문하면서 그 대가로 성과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사다리가 눈 올 땐 특히 미끄럽거든요. 장갑을 껴도요. 그래서 사고도 많이 나고. 또 눈 비 올 땐 신호수(노동자)가 위를 보면서 신호를 하기 어려워서 위험한데 작업을 하게 되는 거죠.”
정민호 분과위원장은 성과금을 이유로 지시받은 작업을 하다 타워크레인이 '넘어갈' 뻔했던 적도 있다. “설계도에 없는 아파트 측벽 거푸집을 별도로 제작했는데요. 원래 하나 하나 직접 붙여야 하는데 폭 10m, 높이 3m 넘게 조립한 거죠. 이걸 타워로 들어올리다가, 묶었던 철사가 터져서 떨어진 적이 있어요. 몇 톤짜리가 갑자기 떨어지면 그 반동을 타워가 다 받으면서 앞뒤로 엄청나게 흔들려요.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성과금 지급 구조는 외주화 뒤 극명하게 자리잡았다. 원청 건설사가 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하도급 업체들에게 당초 성과금을 견적금액에 반영하도록 하기도 한다. 지난달 16일 광주고등법원도 '월례비는 임금 성격'이라고 판시하면서 판결문에 이 같은 사정을 언급했다.
“이런 탄압은 처음, 최근도 공기단축 요구에 점심야근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사에 성과금 지급 관행을 없앨 것을 요구하며 그 대가인 장시간·위험 작업을 지난 2일부터 중단했다. 그러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를 “불법 태업”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이어 12일 '성실한 업무수행 위반 유형'을 내놓고 이를 위반하면 면허 정지 처분한다고 밝혔다. 판단 기준을 보면, 순간풍속이 기준을 초과해도 조종석을 이탈할 수 없고, 원도급사 또는 임대사 승인 없이 노동자 판단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정민호 분과위원장은 “정부 입장을 보면 솔직히 너무 의도적으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이 보인다”고 했다. 노조를 무릎 꿇리는 한편 지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성과금 안 받고 규정에 따라 일하겠다는데도 이를 태업이라 부르고 면허를 정지하는 건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중고를 겪는 건 노동자들이다. “건설노조가 52시간 이상 일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현장에서) 원청이 나서서 안 된대요. 공기가 늦춰지면 안 된다, 연장근로 금지를 풀어줘야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채용하겠다고. 법을 어기는 건 저쪽인데.”

백순애 씨는 “최근에도 야근하고, 점심에 일한 이유가 사실은 공기를 단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건설사가 공기를 앞당기려고 해온 걸 노동자의 불법행위로 보고 수사를 하는 거에요. 범죄자로 아예 프레임을 거는 데에 노동자들이 사실 위축도 많이 요. 매년 이렇게 (건설노조를) 범죄자 취급하는 게 있었고. 솔직히 진짜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하거든요.”
“건설노조가 무법지대에 질서를 만들어왔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1일 “건설노조는 조폭과 같은 무법지대의 온상”이라고 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건설노조 사무실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건설 현장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건설노조가 무법지대였던 건설 노동현장에 질서를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조 생기기 전엔' '노조 생기고서'란 말을 자주 했다. 건설노조는 2000년도 설립돼 2001년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조 생기기 전엔, 위험한 작업이든 뭐든 시킨 걸 안 하면 그 자리에서 해고됐어요.” 노조가 생긴 이듬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고공농성과 총파업 끝에 일요일 휴무를 얻어냈다. “그 전에는 한 달에 이틀 쉬었어요.” “노조 생기고 나서도 근로계약서는 잘 안 썼는데, 2003년부터 꼭 계약서 확인하고, 나눠갖고, 확인하도록 교육을 했어요.”


2008년부턴 하루 8시간 근로 원칙을 단협에 명시했다. 그 전엔 건설사나 전문건설업체 지시에 따라 아침 7시 전 새벽부터 새벽 2~3시까지 일을 했다. 현재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월급이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고용이 불안정해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면서 임금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건설노조가 요구한 결과다. 2007년 파업 끝에 기존엔 안전관리 규정에서 벗어났던 타워크레인을 건설기계 등록 기종에 포함하도록 법제화했다. 2016년엔 소형 타워크레인도 건설기계에 등록했다.
건설노조 요구로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노동자 사망 사고가 크게 줄었다. 2017년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을 하다 건설 노동자 17명이 숨졌다.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의 요구 끝에 정부는 타워크레인 전수조사와 등록 관리 등 대책을 내놨다. 이듬해 관련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고용노동부가 감독 주체를 감독관에서 원청 건설사 자율로 바꾼 뒤 관련 사고 사망자는 3건, 2020년 7명으로 늘었다. 송주현 건설노조 정책실장은 “건설사들이 예전에 누리던, 맘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을 노조가 제어해온 셈”이라고 강조했다.

기자들, 현장 한 번이라도 오면 지금처럼 못 쓸 것
최근 상황에 얼마나 위축감을 느끼는지 묻자 백순애 씨는 “국민들이 이참에 (건설 현장 실상을) 알아줄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힘들죠. 지금 조합원들 성과금 가지고 지금 이렇게 경찰 조사까지 하면 나중에 기소까지도 할 계획 같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한편으로 고맙게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해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불법으로 돈을 받는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건설 현장 실상을 접한) 국민들 또한 이번에 진실을 알아줄 거라고 보거든요.”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뭘까. “다른 사고는 얼마나 다쳤냐고 물어도, 타워는 사고가 나면 죽었냐 살았냐고 물어봐요. 그만큼 위험한 작업을 많이 하니까요. 진짜 하루라도, 하루만이라도 올라가서 판단했으면 좋겠거든요. 노동자들이 뭔 작업하는지 알려면요. 우리 요구대로 써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저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똑바로 쓰기는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럼 처벌만으로 될 문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이 문제는 원청 건설사와 하도급업체(단종), 임대사, 그리고 노동자 단체들이 정부와 모여 대화를 해야 방법이 나올거라고 봐요. 언론이 그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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