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UBS…패자는 CS 주주·채권보유자, 그리고 스위스 당국"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32억달러에 전격 인수한 데 대해 20일 블룸버그통신이 UBS가 유일한 승자라고 보도했다. UBS는 협상 초반 10억 달러를 제시했으나 헐값 논란이 일자 32억달러로 가격을 올렸다.
지난 주말 스위스 연방 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스위스 국립은행이 CS의 매각 협상을 급박하게 진행한 끝에 UBS가 CS를 약 32억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스위스 연방 정부는 UBS에게 우발채무에 대한 90억 스위스프랑(약 12조7000억원)의 보증을 제공하고 스위스 국립은행 역시 UBS에 1000억 스위스프랑(약 141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랄프 해머스 UBS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UBS 고위 경영진은 CS의 사업 부문 중 어디는 남기고 어디는 버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등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3종 패키지로 충분한 완충지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해머스 CEO는 인수한 CS 자산의 상각을 커버할 수 있는 560억 스위스프랑(약 79조원) 규모의 부의 영업권(negative goodwill; badwill)을 가지게 된다. 부의 영업권은 다른 기업이나 자산을 공정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때 발생하는 초과수익이다. 또 스위스 정부로부터 CS 자산의 우발채무 등 잠재적 손실에 대해 9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보증도 획득했다. 여기에 스위스 국립은행으로부터 1000억 스위스프랑의 유동성을 지원받는다.
이번 거래로 CS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되며 지난 17일 CS 종가인 1.86스위스프랑으로 계산한 22.48주의 가치는 41.8스위스프랑이다. 즉, CS 주주는 41.8스위스프랑으로 UBS 한 주(17.11스위스프랑)를 받기 때문에 CS 가치가 17일 종가대비 60% 할인된다.
CS 지분 6.8%를 보유한 2대 주주 카타르투자청(QIA)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지분 외에도 카타르투자청은 CS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AT1·Additional Tier 1)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AT1 채권은 이번 인수과정에서 100% 상각된다. 다만 카타르투자청이 지금도 AT1 채권을 계속 보유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UBS의 CS 인수를 속전속결로 처리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변경하면서 CS 주주들은 이번 인수안에 투표할 권리도 가지지 못한다.
CS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투자은행(IB) 부분을 분리한다는 과감한 계획도 있었지만, CS는 신뢰감 훼손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번에 UBS에 인수됐다.
반면, 자산 상각에서 가장 먼저 손해를 보게 되는 주주들은 이번 경우 최소한의 배려(주식가치의 40% 보존)는 받았다.
이로서 스위스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UBS를 구제한 이후 15년 만에 또다시 납세자의 돈으로 CS를 구제하게 됐다.
카린 켈러 서터 스위스 재무장관은 "(이번 UBS의 CS인수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시인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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