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직장인, 밤엔 선수' OK저축은행 럭비단의 특별한 이중생활

이석무 2023. 3. 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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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중구 ENA스위트호텔에서 열린 OK금융그룹 읏맨 럭비단 창단식. 구단주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오영길 감독과 한구민 주장으로부터 전달받은 구단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처음엔 몸이 적응이 안 돼 힘들었는데요. 이제는 밤에 운동하는 게 재밌습니다.

한국 럭비의 다섯 번째 정식 실업팀으로 탄생한 OK금융그룹 읏맨 럭비단 주장 한구민(28)의 말이다.

OK금융그룹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ENA 스위트 호텔 컨벤션홀에서 창단식을 열고 ‘읏맨 럭비단’의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읏맨’은 OK금융그룹의 ‘OK’를 왼쪽으로 돌리면 ‘읏’이라는 한글과 모양이 같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OK금융그룹의 마스코트다.

읏맨 럭비단 국내 선수들은 정식 실업팀 소속이지만 독특하게 일과 운동을 병행한다. 낮에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야간과 주말 등 업무 외 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한다.

OK금융그룹은 ‘일하는 럭비선수, 일하면서 운동을 즐긴다’라는 모토로 2016년부터 럭비선수 특별 채용을 통해 44명의 정규직원을 채용했다. 이 가운데 28명이 외국인선수 4명과 함께 25일 개막하는 ‘코리아 슈퍼럭비리그’에 나선다.

한구민은 ”회사에선 생계를 위해 대출 심사나 채권 추심 업무를 맡는다”며 “업무를 마치고 야간에 훈련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몸이 적응 안 되고 힘들었지만 점차 선수들이 적응했다. 이제는 밤에 운동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밝혔다.

사실 마음먹으면 운동에 올인하는 전문 프로팀처럼 만들 수도 있었다. 실제로 OK금융그룹은 남자 프로배구팀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럭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최윤 회장은 “선수들이 럭비를 통해 경험한 인생이 정말 행복했다는 걸 느끼고 모든 스포츠에도 확장됐으면 한다”며 “선진국형 아마추어 스포츠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고 그 시작이 읏맨 럭비단이다”고 설명했다.

초대 사령탑도 특별한 인물이다. 바로 일본 럭비계에서도 인정받는 재일동포 오영길(55) 감독이다.

오영길 감독은 재일 조선인 고등학교이 오사카조선고급학교(오사카조고)의 럭비부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60만 번의 트라이’의 실제 주인공이다. 오사카조고를 이끌고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일본 럭비 전국 대회 4강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이후 일본 럭비 리그원 디비전3 NTT 도코모 럭비단 아카데미 코치로 활동했다. 2021년에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 럭비 세븐스 시리즈에 출전하기도 했다.

오영길 감독은 취임 소감으로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중·고교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을 보고 ‘나도 이 팀에서 뛰고 싶다’는 말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한국에서 감독을 맡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럭비가 한국에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럭비를 통해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면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며 “선수들과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최윤 회장은 “오영길 감독은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능력을 인정받은 뛰어난 지도자다”며 “읏맨 럭비단이 국내 무대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명문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 적임자다”고 말했다.

오영길 감독은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나 지역 동아리 등을 지도하면서 교류하는 동시에 코칭 스킬, 인성 교육을 함께 논의하면 한국 럭비도 일본만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영길 감독을 보좌할 코치로는 2020 도쿄올림픽 당시 대한민국 럭비 대표팀의 첫 올림픽 진출을 이끌고 투혼을 발휘해 많은 감동을 안긴 안드레 진(32·한국명 김진)이 함께 한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뒤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드레 진 코치는 “한국 스포츠가 사회 발전상을 다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밖에서 보면 가능성이 보인다”며 “한국 럭비를 계속 도와주고 싶어서 코치를 맡게 됐다. 이제 우리 선수들이 이제 다음 걸음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2021년 아시아 럭비 세븐스 시리즈 당시 한국 대표팀에서 S&C 코치(체력 및 컨디셔닝 코치)로 활약한 남창수(55) 코치도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남테이코 의학 기술 전문학교 출신인 남창수 코치는 일본 실업팀 NEC 그린 로케츠 등에서 코치 경험을 쌓았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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